바야흐로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 많은 브랜드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둘수도 없고 버릴수도 없는, 그야말로 골칫덩이가 되었다. 온라인만큼 편의성과 가격을 제공할 수 없다면, 오프라인이 줄 수 있는건 단 하나, “경험”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건 생각보다 머리에 쥐가나는 일이다.
나 역시 새롭게 브랜드를 만들고 팝업을 한꺼번에 3개나 오픈하게 되면서 어떻게 해야 사람을 “모으는” (오는 사람 기다리는게 아니라) 공간을 만들지 참 고민이 많이되었다. 그래서 내가 가본, 그리고 알고있는멋진 경험을 제공하는 몇몇 공간을 한번 정리해보려 한다.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면 나도 조금은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편지를??
글월은 팔로우하고있는 어느분의 인스타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한다고 한다. 팔로우하고있는 분의 인스타를 타고 글월 인스타에 들어갔는데 마침 전시에 쓴 테이블을 나눔한다고해서 겸사겸사 테이블을 나눔받을 겸 글월에 다녀왔다.
연희동 오래된 건물 4층에 자리한 3평 남짓의 단촐한 공간. ‘편지지를 사러 여기까지 온다고?’ 싶을정도로 접근이 힘든 곳에 있었다.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었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편지지를 팔아서 어떻게 수익을 낼까? 편지지를 직접 제작하면 그 단가는? 얼마를 팔아야 수익구조를 맞출까?’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이 뒤따랐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는데 한곳에 봉투안에 들어있는 편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옛날 우체국에서 주소지에따라 구분해놓은 편지처럼 칸마다 하나씩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건 뭐에요?” 물어보니 펜팔 서비스라고 했다. 받는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또 누군가 쓴 편지를 가져가는 서비스. 가격은 5천원. 내가 쓴 편지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니, 그리고 나는 누군가 쓴 편지를 받게된다니! 왠지모를 낭만에 나도 선뜻 서비스를 이용하게되었다.
잊고있던 편지 쓸 때의 설렘
펜팔서비스는 먼저 편지지를 직접 고르면 다양한 펜과 스탬프, 스티커를 제공한다. 그리고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편지를 쓰면된다.
무슨 얘기를 쓸까, 어차피 익명의 편지니 아무도 모를 속얘기를 할까 하다가 날씨도 너무 좋고 해서 기분좋은 이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내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이 순간의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며.
편지를 다 쓰고나면 봉투에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스티커와 스탬프가 제공되는데, 스탬프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들이 있다. 그중에 나를 설명하는 단어 5개를 선택할 수 있다.
편지는 답장을 받을수도 있는데 글월을 통해 답장을 접수하면 글월에서 나에게 전해준다. 참 세심한 서비스.
처음에 들어왔을땐 공간이 참 작다 생각했는데 나오고보니 한시간 가까이 머물러있었다.
단순히 편지만 파는줄 알았는데 글월은 편지를 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창밖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 단정한 편지지에 오랫만에 편지를 쓰는 기분좋은 설렘까지! 모든 경험이 겹쳐 글월은 나에게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각인되었다.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합니다’. 글월은 정말 그런 곳이었다. 작지만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강력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 부럽고도 멋진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