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씨네 WeeCine Apr 30. 2021

[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바라본 천우희

“영호는 설렘, 소희는 위로를 전하는 인물”

언제나 강렬하고 날 선 얼굴로 관객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배우 천우희가 색다른 인상으로 돌아왔다. ‘한공주’, ‘곡성’ 등에서와 달리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해 순수하고 편안한 일상의 얼굴로 관객에게 설렘을 안긴 것. 일전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자신의 모습을 많이 닮은 이를 연기했다던 천우희를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 사진 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차분하고, 부드럽다. 긴박하게 흘러가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최근 영화의 트렌드와 맞지 않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선택에 일말의 고민이 없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나.


= 즉각적이고 빠른 영화들 사이에서 느리지만 그만큼 편안해지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아 그래 저런 영화도 참 좋았는데’ 하면서 다시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 작품이 관객과 만날 수 있길 바랐고, 2003년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반갑기도 했다. 지난 언론시사회때 나도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는데, 시나리오의 느낌이 잘 산 것 같아 참 만족스럽더라. 어떤 부분에선 시나리오보다 더 뭉클하기도 했다. 잔잔한 작품인 만큼 극적으로 감정이 폭발하진 않았지만, 울림이 크게 남았다.


직접 연기한 캐릭터 ‘소희’또한 전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날카로운 인상의 인물을 자주 선보이지 않았나. 어떤 방식으로 ‘소희’를 그려갔나.


= 맞다. 지금까지 캐릭터와 달라서 관객이 내 모습을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평범한 캐릭터다. 전에는 어떤 의도를 담아서 세세하게 분석하고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반응과 호흡을 많이 쓰려고 했다. 표현 방법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이제까지 관객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했던 포근함이나 따뜻함, 일상적인 모습, 편안함을 최대한 그려보고 싶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 배우 천우희. 사진 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답해주신 대로 소희는 정말 편안한 캐릭터더라. 반면에 영호(강하늘)는 다소 영화적이다. 감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같은 영화지만 소희는 위로의, 영호는 설렘의 감정선을 그려가더라.


=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영호가 보여주는 것이 생동감이고, 설렘이었다면, 소희는 차분하고 위로의 감정을 갖는 인물이다. 두 인물의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서 더 표현을 절제하려 한 것도 있다. 소희는 영호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가족에게 말 못할 감정도 터놓고, 위로 받는다. 말씀드린대로 내 실제 성격이 담겨서 편하게 보여졌을 수도 있겠다(웃음).


영호의 편지는 강하늘 배우가 직접 썼다던데, 소희의 편지는 어떤가.


= 내가 직접 쓰려고 노력은 많이 했다. 글씨 연습도 하고, 인강도 들었다. 그런데 결국 감독님이 전문가를 섭외하시더라. 조금 아쉽긴 했다(웃음).


2003년을 배경으로 연기하면서 본인의 과거 역시 많이 돌아봤을 것 같다. 그런 과정이 개인적인 가치관에 변화가 있었을 것도 같다.


= 나는 일기를 상당히 오래 써왔다. 매일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한다. 그걸 보다 보면, 내가 작년에는 어땠고,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설계할 수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더라.


되돌아보면 20대 때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했던 것 같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매일 성장하길 바랐다. 반면에 지금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졌고, 내가 더 재미있고 평안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주를 이룬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 사진 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전에 없던 얼굴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새롭게 도전하고픈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 항상 바뀐다. 새로운 영화나 장르를 볼 때마다 도전해보고 싶고, 특히 해보지 못한 것은 궁금하다. 또 해봤던 캐릭터 역시 다시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사실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모든 부분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한공주’ 이후 큰 관심을 받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 시간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어떤가.


= 스스로 만족스럽기도 하고, 남에게 말 못할 아쉬움과 후회도 있다. 결국 내 선택이었기에 최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한다. 머물지 않고 계속 한발씩 나아가고 싶다. 정체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만 연기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이 꾸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 개봉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다.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싶고, 무대 인사도 나가고 싶은데, 이런 시기에 개봉하다 보니 여러모로 참 낯설고 씁쓸하다. 하지만 개봉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영화 시장이 전부 어렵다 보니, 제작부터가 쉽지 않은데, 개봉을 앞둘 수 있어 다행이다. 많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보셨으면 좋겠다.


#이 글은 맥스무비 홈페이지에 게시한 기사임을 밝힌다.

원본 링크: https://www.maxmovie.com/news/431897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강하늘이 그리고 싶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