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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Sep 30. 2021

'오징어 게임' 감독 "여성혐오 딱지 인정 못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인터뷰

“창작자 검열보단 건강한 토론으로” 

“냉혹한 사회,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인간에 대한 믿음”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미국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비롯해 79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견되며 새로운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허나 공개 초반, 국내 여론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일본 작품을 표절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여성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열과 성을 다해 완성했을 작품에 그와 같은 비판은 큰 충격이었을 터.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을 만나 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물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총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전 세계 79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달리며 흥행하고 있지만, 공개 초반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등과 유사하다는 표절 시비는 물론, 여성이 도구적으로 그려졌다는 이유로 ‘여성 혐오’의 딱지가 붙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황동혁 감독은 “캐릭터의 일부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계속해서 그런 잣대를 들이댄다면, 창작자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특히 한미녀 캐릭터에 불편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한가지 면 만으로 여성 혐오라고 말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이 작품에는 여러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남자들이 속고 속일 때 깊은 연대와 우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 안에서 여러 선택지를 두고 조화롭도록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한 캐릭터의 한 가지 면과 대사로 비판하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인정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창작자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행위다. 우리 사회는 보는 분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다. 각자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런 방식이 자기검열을 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우리 사회와 문화에 발전적이리라고 믿는다. 창작자들에게 도덕적인 올바름을 과도하게 세우고, 강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토론을 너무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 대한 또 다른 프레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로 ‘한국식 신파가 외국에서 먹혔다’라는 시각이다. 얼핏 ‘오징어 게임’에 대한 호평 같지만, 속 뜻은 결국 ‘오징어 게임’에 신파가 가득하다는 것. 이에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 억지 울음을 그려 넣지 않았다며 “그런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파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우는 장면이 나오면 모두 신파인가. 억지 울음을 신파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나는 그렇게 억지로 사람을 울리려고 하는 장치나 장면을 쓰지 않았다. 울어야 할 때 우는 것을 보고 신파라고 하면, 표현이 맞지 않는다. 한국식 신파가 외국에서 먹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리는 눈물이 외국에서도 역시 먹힌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신파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다. 슬픈 장면에서 슬퍼하고, 울고, 공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처절한 선택과 배신, 이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그런 감정에 도달하길 바랐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이건, 한국이건 그런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희로애락을 다 표현 해야지 않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억지스럽다면 실패할 것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사진 넷플릭스

한편 황동혁 감독은 SNS 상에MBC 예능 ‘무한도전’이 ‘오징어 게임’의 원조라며 올라온 유머 게시글에 “알고 있다. 나도 봤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무한도전'에는 '오징어 게임' 속 등장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줄다리기',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소재가 그려져 많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불렀다.


“2008년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시도도 제대로 못하고 서랍에 넣어 놨는데, 어느 날 TV를 보니 ‘무한도전’에서 줄다리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도 하고 있더라(웃음). 나는 영화로 만들 수 없었지만, 예능에서 자유롭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 제작하지 못하고 놓쳐버렸던 시나리오에 대한 안타까움과 김태호 PD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감정으로 TV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도 냉정하게만 변해가는 우리 사회를 향해 당부를 잊지 않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직장을 잘 다니다가, 구조조정을 당하고, 파업과 분식집, 치킨집을 연명하다가 삶의 바닥으로 내몰린 인물이다. 우리 사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이 기훈에게 담겼다.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곤경에 처한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망가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인간미, 기훈이 가진 따뜻한 마음. 그것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니겠나.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불행하고 어두워도, 우리가 기댈 곳은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뿐이다. 약자와 패자가 없다면 승자도 존재하지 못한다. 패자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갈수록 치열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패자가 모두 무너지면 승자도 없을 것이다. 패자는 승자가 기억해야 한다. 수많은 패자의 희생과 노력, 헌신 덕분에 승자가 된 것이다. 그런 가치관들을 ‘오징어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https://www.maxmovie.com/news/43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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