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위스키는 글렌피딕으로
오늘은 입문 위스키의 끝판왕을 들고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로써, 싱글몰트의 원조라고 생각되는 위스키
위스키 하면 발베니, 멕켈란, 글렌피딕을 떠올리는데 그중 다루지 않았던 글렌피딕을 알아보도록 하자.
글렌피딕은 1886년 더프타운 윌리엄 그랜트가 자식들 9명과 석공 1명을 데리고 증류소를 건설하였다.
돌을 사용했는데 이때 사용된 돌이 무려 72만 개였다고 한다.(역시 다자녀의 위대함)
글렌피딕은 게일어로 글렌은 '계곡' 피딕은 '사슴'을 의미해 사슴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근처에 위치한 로비듀 샘물을 수원지로 사용하는데, 이 샘물을 사슴들이 목을 축이는 곳으로 알려져 글렌피딕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 되었다.
보통 가족들이 세운 증류소는 다툼으로 인해 새로운 사람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글렌피딕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분쟁 없이 가족 대대로 운영을 하고 있다.
직계 후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식이 아닌 능력치에 따라서 경영권을 넘긴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하였다. 글렌피딕이 대단한 부분은 19세기에는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이 활성화되어서, 싱글몰트 위스키는 하청업체 느낌이 강했는데, 1950년 증류소의 주인이었던 '샌디 고든'이 미국시장에서 글렌피딕 이름 자체를 사용하여 성공시킨 후에 글렌피딕은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글렌피딕은 전통성을 고수하되, 혁신적인 부분도 강조했는데 처음으로 와인에만 사용되던 숙성방식인 '솔레라' 방식을 사용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부분에서는 오크통을 자체 제작하는 쿠퍼리 지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옛날식 증류기를 이용하니 다른 전통성만 내세우는 증류소들과는 달리 조금은 트렌디한 모습도 있다고 생각된다.
글렌피딕의 병은 삼각형인데, 이는 위스키에 중요한 3가지 요소인 물, 맥아, 오크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글렌피딕은 숙성 중에 자연스레 증발되는 엔젤스 셰어와 한 가지 더 증발되는 요인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직원들이 몰래 훔쳐 마시는 위스키의 양이다. 이를 '데블스 셰어'라고 불렀는데, 글렌피딕은 오히려 복지 차원으로 하루 3번 위스키를 나눠줌으로써 데빌셰어를 방지했다.(진짜 그릇이 남다르다.)
이렇게 직원들조차도 참지 못했던 위스키 '글렌피딕'을 마셔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글렌피딕 12년' 올로로소 쉐리캐스와 버번캐스크에서 나온 원액을 블렌딩 한 위스키이다.
정말이지 글렌피딕 12년은 대체재가 없는 것 같다. 서양 배 맛의 향긋함과 너무 무겁지도 않은 바디감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게 한다. 한 가지 예로 바에 찾아온 손님 중에 최애 위스키가 글렌피딕인 경우에는
다른 위스키로 쉽게 만족이 안되며, 심지어 내 입장에서도 비슷한 위스키를 추천해 줘도 성에 차지 않게 된다.
술이 세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으며, 과일의 향과 달콤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12년을 추천한다.
두 번째는 '글렌피딕 15년' 3년 숙성차이인데, 차이가 커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우 크다.
내 입장에서는 아예 다른 위스키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12년이 약간 쉐리 위스키와 버번 캐스크를 쓴 위스키의 중간 버전이라 하면, 15년은 쉐리위스키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병 모양도 붉어서인지 더욱 그런 느낌이 많이 난다. 새 오크통에 숙성된 위스키를 추가 블렌딩하여, 조금은 바디감이 생기고 묵직한 느낌의 맛. 더 뚜렷해진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기존 12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기존의 생기발랄한 매력이 조금은 사라졌다고도 느낄 법하다.
마지막은 '글렌피딕 21년 그랑 리제르바' 18년은 조금 더 쉐리의 향이 뚜렷해질 뿐 특별한 개성은 없어 21년을 마셔보도록 하자. 글렌피딕의 럭셔리 라인인 그랑 시리즈의 첫 제품으로써, 최소 21년 숙성한 후 4개월을 캐러비안 럼캐스크에 추가 숙성하는 제품이다. 조금 더 달고 독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개인적으로 캐스크 피니쉬를 본질의 맛을 흐리는 행위라 생각하지만, 21년은 상당히 매력 있었다.
럼맛이 느껴질 정도로 독한 부분이 많았고, 기존의 과일향보단 바닐라의 단맛이 더 느껴졌다.
보통 21년도 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온다고 하는데, 이 특유의 독한 단맛이 그 매력인 것 같다.
오늘은 위스키의 가장 입문하기 좋은 '글렌피딕'을 다뤄보았다. 요즘 위스키 트렌드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위스키, 한정판, 고 숙성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인 내 생각으로는 7만 원대로 가성비 좋은 위스키인 '글렌피딕 12년'만 마셔도 행복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새롭고 맛있는 맛을 느끼려고 찾아다니지만, 기본급 엔트리 위스키에도 그 맛은 존재한다.
위스키 클래스 문의는 sam9405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