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Her)
늘 같은 시간, 같은 정류장에서 내 옆에 앉는 그녀
새벽 5시
오늘도 의심할 것도 없이 그 어떤 것에 대한 반응도 아닌
그저 속절없는 굴레에 단념한듯이 일어나는 그 순간
전날 끈임없이 항해하던 혼돈속의 꿈에 이미 기진맥진 한 채로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 같은 침대에서 나는 피로한 몸을 억지로 끌어올린다.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는 언젠부턴가 챗바퀴를 하염없이 도는 다람쥐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6시 30분에 일터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늘 그렇듯
매번 정차하는 정류장에서는
내가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입은 옷차림속에서
바뀌는 계절을 가장 빨리 느낀다.
과연 오늘도 그 곳에서 탈까?
어느새 그 정류장에서 정차하는 버스
역시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중
가장 먼저 버스에 타는 그녀
그리고 여전히 맨 앞쪽 바로 내 옆자리에 앉는다.
버스 맨 앞쪽에 항상 앉는 나처럼
그녀 또한 오늘도 내 옆에 어제와 같이 똑같이 앉는다.
반복되는 하루속에
언젠가부터 그녀가 타는 아침을 기대하고 있는 나는
과연 왜 그런것일까?
내가 사랑했었던 과거의 그녀와
너무 닮아서일까?
아니면 부쩍 외로움을 타고 있는 요즘 나의 마음 때문일까?
멍하게 창밖을 보거나 창가에 기댄채 잠만 자던 내가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유명한 뮤지컬 음악을 듣기도
격조높은 주제를 담은 책을 핸드폰으로 읽는다.
마치 꽤나 괜찮은 취미를 가진 남자란것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마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