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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stlecake Jan 17. 2019

무이네에서 만난 여행 친구

인생에 없던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 준 무이네


 바다와 사막이 한 지역에 다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이네에 갈 이유는 충분했다. 바다와 사막이 공존한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행지의 마법인가.



호찌민 숙소에서 틈틈이 무이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한국에서 여행 전에 준비한 건 그저 여행의 굵직한 흐름일 뿐. 여행 정보는 방문하기 전 도시에서 알아본다는 게 나의 여행 스타일이다. 계획이란 건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고, 미리 알고 가면 막상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재미가 떨어지고 실망도 하게 마련이니까. 그마저도 꼼꼼히 찾아보고 예약을 하는 건 아니고, 첫날 숙소 정도 예약해서 그 숙소 리셉션이나 주변 여행자들로부터 경험에 입각한 생생한 정보를 신뢰하는 편이다. (나름 나만의 여행 철학이랄까. 절대 게으르고 준비성 없어서는 아니고)




 무이네까지 버스로 5~6시간 정도 걸린다. 정오에 출발하고 고작(?) 대여섯 시간 거리인데 슬리핑 버스에 누워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정작 문제는 무이네 도착해서였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Long son beach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검색해본 바에 의하면 운행이 일찍 끝나긴 해도 분명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슬리핑 버스에서 내렸을 때, 이미 날은 저물었다 (그래 봤자 초저녁).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I can help you.” 

라며 여기저기서 택시, 오토바이 기사들이 호객 행위를 했다. 



Help. 돕는다는 건 보상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 아닌가. 거리 기사들의 악명 높은 바가지요금에 대해 익히 들은 터였다. 그래서 (시골 기준으로) 늦은 시간이었지만 꼭 로컬 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버스가 아직 운행하는지, 정류장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로컬들에게 물어보는 정보가 제일 정확할 거라 믿었는데, 아무도 시내버스와 정류장의 존재를 몰랐다. 곳곳에서 빗발치는 help의 유혹을 뿌리치고, 호찌민에서 타고 온 슬리핑 버스 사무실 직원, 지나가는 로컬 사람들, 인근 가게들에 물어봤지만, 누구 하나 helpful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의 막차로 보이는 로컬 미니버스를 탔고 (버스정류장 표시는 도로 위에 칠해져 있었는데, 날이 깜깜하니 보일 리가 있나. 땅만 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무사히 숙소에 체크인했다.
처음이 힘들었지 나중에는 이 로컬 미니 버스를 제대로 이용해 무이네 여행지 대부분을 다녔다. 무이네의 인기 방문 포인트 네 곳 중 세 군데(Red sand dune, Fairy Stream, Fishing village)가 로컬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과 바를 겸하고 있는 숙소 라운지에는 외국 여행자들이 많았다. 그들의 속사포 같은 영어 대화는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대신 해변의 그네 의자에 앉아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별을 쳐다봤다. 끝내주게 근사했다. 






 호찌민에 묵는 동안 흐린 하늘만 보다가 오랜만에 그것도 해변에서 해를 보니 너무 반가워서 태닝을 과하게 해 버렸다. 나중에는 허물 벗듯 껍질이 벗겨질 정도였다. 

신기하게도 무이네 와서는 줄곧, 초저녁만 돼도 졸리고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아침에 일어나 해변에서 책 읽고, 태닝 하고도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다. 며칠이긴 했지만 여기 머무는 동안 인생에 없던 아침형 인간으로 지냈다. 게다가 운이 좋게도 전날 저녁 같은 시각에 리셉션에 도착한 독일 여행자와 여행 메이트가 되어 함께 돌아다녔다. 무이네는 나를 열심히 여행하게도 열심히 쉬게도 만들어 주었다.




여행 메이트를 잘 만난 덕분에-


혼자 여행하면서 셀피나 (내가 안 나온) 풍경, 사물, 동물 사진만 주구장창 찍었는데, 자연스러운 전신 + 풍경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최고는 아침 일찍 바다 바람맞으며, 모래사장 위에서 했던 San Salutaion 요가.
여행 에너지를 만땅 충전해주었다. 
















미지근하고 밍밍했던 코코넛워터의 첫 기억 이후로

꽤 오랫동안 동남아 여행 중에도 코코넛워터를 피했었다. 그런 나에게 코코넛워터의 시원 달달한
맛의 신세계에 눈뜨게 해 준
Philip,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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