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늬밤 Nov 02. 2020

평범하지만 대단한 우리들의 글쓰기

브런치북과 웨인 티보의 맛있는 그림들에 부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드디어 어제 끝이 났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지요?


브런치 앱에 들어오자마자 메인화면에 빠밤- 하며 등장하는 진지한 고딕체의 문구(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덕분에 응모를 하신 분들께도, 여러 이유로 내지 않은 분들께도 꽤나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브런치북이란 걸 만들어보게 되었는데요.


브런치북을 준비하면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브런치북 이전까지의 과정이 제겐 다소 일련의 단편적인 글쓰기였다면, 브런치북은 그 글들을 저자의 의도에 따라 뚝딱뚝딱 묶고 다듬어서 하나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느낌이었달까요. 덕분에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떤 글들을 쓰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숙고해볼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수줍게 세상에 나온 저의 브런치북은 바로,




글 한 잔, 그림 한 점의 위로가 있는 쉽고 맛있는 명화 에세이 <당신을 위한 맛있는 미술관>입니다.



사실 브런치북을 만들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 브런치북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요.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겨우 발행해놓고서도 '브린이'(브런치북+어린이)는 실수의 실수를 거듭해 3번의 재발행 과정을.. 거쳐야만 했답니다. 한번 내보는 것에 의의를 두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이 된 걸 보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입니다.


그림으로 삶을 나누고 자신을 돌아보았던 순간들을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 엮었습니다. 나름 깊이 고심해서 글들을 선택하고 나누고 배치해보았는데, 제 마음이 잘 전달되는 흐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읽어주셔요. 그 안에서 우리 각자가 '살면서 한 번쯤 꺼내 먹고픈 그림 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만 대단한 우리들의 글쓰기


'글 한 잔, 그림 한 점의 위로'라고 써두긴 했지만, 사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제가 더 위로를 받곤 했던 선물 같은 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웨인 티보, Gift Box, 1981

글 짓는 우리 모두가 그러했겠지만, 글을 쓸 때도 브런치북을 만들 때도 수많은 고민들과 수정 및 갈아엎음(..하하)으로 머리를 감싸매던 날들이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진심 어린 댓글들에 격려받으며, 그리고 '글 쓰는 동지'인 작가님들께 좋은 기운 받아 으쌰으쌰 하며 다시 힘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 쓰며 브런치북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쓰기라는 건, 참 '평범하지만 대단한 일'이라는 걸 매번 깨닫고야 맙니다. 그와 관련하여, 영화 <스타 이즈 본>에 나오는 대사 중 제가 참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잭은 음악이란 건 옥타브 내에서 12개의 음이 반복되는 거라고 했지. 똑같은 음들을 반복해서 얘기하는 것뿐이라고. 뮤지션은 그 12개의 음을 자기 방식대로 들려주는 거라나. 잭은 네 노래를 좋아했어.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지.

"난 앨리가 음을 다루는 방식이 좋아"

<스타 이즈 본> 中


영화에선 음악에 빗대었지만, 음악이든 그림이나 요리든 혹은 글쓰기든..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작업에 있어서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뮤지션이 음표를 자기 방식대로 들려주는 것이 음악이라면, 작가가 삶의 경험과 언어를 자기 방식대로 써 내려가는 것이 글쓰기일 것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반복되는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다루고 주하고 요리해가느냐에 따라서 글도 달라지겠지요.


이번에 응모된 브런치북들을 보며, 그리고 그동안 제가 읽었던 작가님들의 글들을 보며 그 '평범한 대단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똑같이 태어나서 똑같이 살아가는 인생인데 이리도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주목하는 주제와 관심사, 그리고 이를 글로 풀어가는 방식도 다양하구나. 우린 작은 일상의 평범함을 이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빛내는구나. 내 글이 참 초라하고 평범해서 누군가 내 글에 관심이나 가져줄까? 싶지만 다른 누군가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겠구나. 그래서 우리 모두의 글쓰기는 평범하고도 대단하구나.. 하는 마음이었달까요.


앞으로도 이 평범하고 대단한 글쓰기를 용기를 내어 계속 함께 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가 언어를 다루는 방식이 참 좋거든요.




마지막으로, 제 브런치북 표지에 실렸던 그림의 주인공 웨인 티보(Wayne Thiebaud) 할아버지의 작품 띄워드리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올해로 자그마치 '100세'를 맞이하시기까지 꾸준히 달콤한 그림들을 그려내시는 열정의 현역 화가십니다.


우리도 100세까지 글 쓰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웨인 티보 할아버지의 달콤한 그림들 (좌) Cakes, 1963  /  (우) Jolly Cones, 2002
웨인 티보, Milkshake&Sandwiches, 2000

아무것도 안 해도 당 충전이 필요한 월요일입니다. 그동안 브런치북 준비하느라 못 다 읽었던 작가님들의 글도 읽고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 하며 한 주를 보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 활기차고 예술적으로 보내시길 바랍니다 : )



글. 아트소믈리에 지니



*브런치북 링크 공유합니다. 맛있게 보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sweetartbrunc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