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저는 결혼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전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삶을 경험하며 지냈습니다. 혼자에서 둘이, 그리고 셋이 되는 과정은 어찌나 놀랍고도 다채롭고 경이로운지요! '이야, 내 삶이 이렇게도 흘러갈 수 있구나'를 느끼며 하루하루 바쁘게, 그러면서도 기쁘게 보내온 지난 시간들이었습니다. 분주한 일상으로 비록 브런치에는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글 쓰는 삶을 꾸준히 일궈가고 있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감사하게도 한 출판사로부터 책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고 2024년 꽃 피는 4월,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은 제가 지금까지 연재해왔던 글들을 바탕으로 그림에서 발견한, 생의 어느 순간엔 답해야 하는 물음들을 명화 이야기와 함께 엮은 책입니다. 그 시작은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 주신 명화집 두 권. 그날 이후로 쭉 그림과 첫사랑에 빠진 채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날엔 폐관 직전의 미술관에 숨어들어 그림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엔 머리맡에 둔 손때 묻은 명화집을 재차 뒤적이며 그림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였지요.
그렇게 그림을 마주하며 삶의 순간순간 품었던 질문들을 곱씹곤 했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 반짝이지 않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조금 느려도 괜찮을까, 대체 '나'다운 건 뭘까… 그림 속 상황과 비슷한 내 삶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각양각색의 감정에 공감하며 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때론 작품을 그린 화가의 생애를 살피며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거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했지요. 그렇게 그림에서 삶을, 삶에서 그림을 반추하고 찾아갔습니다.
이 책은 그림과 대화하고 이를 그린 화가의 생을 찬찬히 더듬으며 나름의 답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무심코 멈춰 선 그림 앞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 싶은 분들, 삶에 치일 때 꺼내 먹는 무언가가 '그림'이어서 자꾸만 명화 앞에 서게 되는 분들이라면 분명 책을 통해 고요한 기쁨을 느낄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질문에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림이란 세계를 유영하며 사색했던 내밀한 순간들이 분명 삶을 좀 더 단단하고 반짝이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펼친 독자분들도 그림을 통해 저마다의 답을 마주하게 되길, 저를 일으켰던 그림이 누군가에게 닿아 살뜰한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자세한 출간 일정 및 출간 전 연재는 조만간 새로운 글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평안하고 따뜻한 봄날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