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소개합니다 -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
준이는 가끔 묻는다.
* 아빠는 초등학생 때 뭘 좋아했어요?
* 기억에 남는 영화는요?
*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예요?
그때마다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말문을 잇는다.
선명하게 떠오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글쎄,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는 없었어"
"생각이 잘 안나네..."
하고 얼버무리고 만다.
한때는 분명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을 텐데,
어느새 흐릿해져 버린 것 같다.
요즘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며
준이, 빈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소환하는 과정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준이, 빈이가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노래 아빠가 좋아하던 노래인데..." 하며 흥얼거리고,
어떤 책을 펼치다가
"이 작가 아빠가 좋아했지..." 하고 책장을 넘기고,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이거 아빠가 좋아해서 자주 먹었었지..." 하며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준이와 빈이의 평범한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순간 아빠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
그렇게,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 한켠에 문득 아빠라는 사람이 스쳐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
만약 그게 어렵다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직접 남겨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
그래서 아빠가 어떤 노래를 왜 좋아했고, 어떤 작가의 글에서 위로를 받았으며, 어떤 음식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줬는지를 하나씩 적어보려 한다.
언제가 준이, 빈이가 궁금해질 날이 오면, 그때 이 글들이 말 대신 마음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며.
어떻게 하죠
우리는 서로 아파하네요
멀어지네요
어떻게 하죠
우리는 점점 더 슬퍼하네요
멀어지네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욕심이었나봐요
어떻게 하죠
우리는 서로 침묵하네요
멀어지네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욕심이었나봐요
어쩌면 우린
운명이 아닌 우연이었을까요
아마도 우린
영원이 아닌 여기까진가봐요
이 노래의 가사가 참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지금도 이 노래의 가사는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난 아직도 이 노래의 가사는 나의 이야기는 아니길 바란다.
멀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욕심이 아닌 사랑이었으면 하고
집착이 아니었길 바라며
우연이 아닌 운명이길 바라며
여기서 끝이 아니고 영원이길 바란다.
아빠와 엄마가 연애하던 시절 2~3개월 정도 헤어져서
아빠가 힘들어하던 때
이 노래 가사가 아빠가 엄마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딘가에 남겨 놓았던 글
아빠의 바람이 어딘가에 닿아서 엄마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아빠하고 엄마는 다시 만나
사랑이라 믿고, 운명이라 여겨, 영원을 약속하며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은 준이, 빈이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물론, 요즘은 "엄마, 왜 아빠하고 결혼했어요?라는
준이, 빈이의 진지한 질문에 "그러게 말이야..."라는 엄마의 답변을 듣는 날이 더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