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0일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단연 준이의 '뒤집기 도전'이다.
누워서 천장만 보던 준이가 옆이나, 바닥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아버린 듯하다.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 세계를 탐험할 힘이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주는 양질의 영양소 덕분에 힘을 차곡차곡 쌓고, 이제는 손가락, 발가락, 손목, 발목, 어깨, 다리, 엉덩이까지 조금씩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바닥에 천장을 보게 준이를 눕혀 놓으면 어느새 괴성이 들린다.
혼자서 발을 들고 옆으로 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으아앙!!! 으앙!! 소리를 지르는 준이
작은 몸으로 최선을 다해 몸을 비틀고 팔을 뻗고, 중심을 잡아보려 안간힘을 쓴다.
표정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하면 엄마, 아빠가 보는 TV, 벽에 걸린 시계도 볼 수 있고, 바닥에 널브러진 이것저것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준이에게는 아주 강한 동기가 되어주는 듯하다.
엉덩이만 살짝 밀어주면 준이가 원하는 세계를 쉽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그 순간을 꾹 참고 기다려 본다.
힘들어 보인다고 매번 손을 내밀다 보면, 언젠가 준이가 스스로 넘어야 할 고비 앞에서도 먼저 도움을 구하는 나약한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는 조금 이른 아빠로서의 걱정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최애 팀인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듯, 준이의 뒤집기를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크게 응원하였다.
오늘의 뒤집기가 나중엔 인생의 크고 작은 장애물을 혼자서 넘어갈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며
아빠가 2014년 2월 어딘가에 남겨놓았던 글
2014년 2월 온 세상을 뒤집어 버릴 것 같이 괴성을 지르던 준이
작은 몸으로 있는 힘껏 버둥거리던 그 모습이 아빠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2025년 아빠의 눈에 준이는 좀처럼 그때의 괴성을 지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힘든 건 피하거나 대충 넘기려 하고 쉽고 재미있는 걸 먼저 찾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47년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 역시,
힘들고 복잡한 일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것만 하고 싶으니 잔소리를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어쩌면 아빠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준이 만의 방식으로 괴성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다만, 아빠의 바람은 쉽고 재미있는 것에만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엔 힘껏 뒤집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분명히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