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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Feb 21. 2024

마흔 살의 하루

마흔이라면 당연하게 당당하게!


내 나이 41살

이었지만 나이정책이 바뀌어서 현재 40살

어쨌거나 40대라는 건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작년에는 꽤나 충격이었다


내가 40대라고?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웠을 뿐인데

나에게 돌아온 것은 마흔 살이라는 꼬리표뿐이었다


40대라면?

40대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삶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육아보다는 나에게 시간투자할 시간이 늘어나고

사회공동체 안에서의 소속감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현실은?

커리어대신 육아와 살림의 스킬이 늘어났고

아이들의 교육비가 점점 늘어나면서 등골이 휘어지고

매일 바쁘다 보니 삶의 질 따위 논할 시간도 없다

내 시간은 육퇴 이후나 겨우 가능할뿐더러

소속된 곳은 4 가족이 사는 우리 집

여러 단톡방과 모임

1인온라인셀러

더더욱 소속감은 작고 축소되었다


현재 나의 재산은?

앞으로 갚을 30년 아파트대출금

그리고 평생자산이 되어줄 나 자신과 우리 가족뿐


40대 대체 어떤 나이이길래 이렇게 혼란스러운 걸까?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생을 봤을 때

아직 오전시간

사회적으로는 이뤄놓은 직함보다는

내 아이의 엄마라는 직함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딱히 이뤄놓은 커리어는 없지만

두 사람을 먹이고 재우고 키워낸 커리어가 생겼다


근데!!!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불안할까

아이를 키운 것 말고는 딱히 이뤄놓은 것이 없어서

늘 한구석이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것들인데

직접 퇴사를 선택했고 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꿈꿨다

신기하게도 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주부, 엄마라는 것 이외에 나에 대한 수식어가

아직까지 없어 나잇값을 못한다고 느껴왔다


마흔 살의 내 생일날

가장 큰 기쁨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기쁨이자 만족감의 결정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올해 생일은 나 자신에게 물었다

생일을 어떻게 보내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

작년 생일 때는 코로나가 걸려서

집 밖을 나가지 못한 억울함을 좀 풀고 싶어

 올해만큼은 누 구보다고 잘! 시간을 쓰고 싶었다


애프터눈티와 홍차를 마시면서 책 읽고 싶어

피부관리나 마사지를 받고 싶어

혼자 북스테이를 예약해서 떠나고 싶어

낯선 곳을 걷고 싶어 나 혼자


내가 원하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40대의 생일은 이렇게 생각이 달라지는 건가 싶었다


20대 때의 생일은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과

남자친구와의 시간을 보냈다면

30대의 생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분위기

있는 곳에서의 식사가 있었고

40대의 생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곧 선물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나 봐

마흔이 되었을 때 기가 막히게

김미경 "마흔 수업"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었고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내 마음도 몰라주고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정지버튼이 있었다면 좋으련만

그럴수록 하루하루가 더 값지고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느끼며

마흔 살의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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