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자유로웠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등교시키면 9시
평소 같으면 이시간에는 주문처리에 바빴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가방을 들고 남편과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잠시 일상은 내려놓고 낯선곳에서 시간을 보내러 가는 길이니까!
생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여전히 붐비는 공항이었지만 3월 새학기 기간이라 그런지 가족단위 여행객보다는 외국인 또는 대학생,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 눈에 띄었다.
남편과 아점을 함께 먹고 드디어 헤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남편과 늘 함께 탑승수속을 밟으러 갔었는데 혼자 가려니
어색했다. 멀리 떨어져 손을 흔들어주는 남편을 보고
탑승수속을 밟았다.
이제부터는 정말 나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유모를 눈물이 흘러나왔다
8번게이트를 찾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혼자라는 두려움 때문에 우는거니?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제주도를 혼자가니까
미안해서 우는거니?
막상 혼자 가려니 막막해서 우는거니?
당황스러웠다 왜 눈물이 나오는걸까?
그때 마침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말한마디를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는
맘편히 잘 보내주고 싶은데 왜 우냐고 했다
그 순간 왜 눈물이 나오는지 깨달았다
"12년간 나 많이 힘들었었구나
그런데 내 남편이 더 힘들었을거 같아 누구보다도 제주도를 좋아하는 남편을 놓고 혼자 가려니 너무 미안하다 "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나도 모르게 눈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나 괜찮으니까 잘 다녀와"
그리고 결혼 후 잊고 있었던 남편의 다정함을 오랫만에
느꼈다 그렇게 눈물을 훔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좌석은 맨 끝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답답함과 밖으로 내릴 수 없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2년전부터 비행기만 타면 폐쇄공포증이 느껴지곤 했는데
그 증상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꾹참고 물 한잔을 요청했다 .
물을 천천히 마시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냐 내릴거야 답답해 죽을거 같아
그럼 혼자여행가는거 포기할까?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냥 눈을 질끈감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기전까지 눈을 뜨지 않기로 했다
복받치는 감정들과 폐쇄공포증이 뒤섞여있는 마음을 잠재웠더니 어느새 제주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왔다
나 혼자 제주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