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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Aug 20. 2021

진박새 먹방

다시 보니 박새가 아니라 진박새였다.

 창밖으로 무척이나 예쁜 쇠박새가 먹이를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쇠박새는 박새보다 더 크기가 작고, 목에만 가로 줄무니가 있고, 박새는 몸통에 세로로 긴 검은 띠 같은 줄무늬가 있는 새다. 사람과 꽃과 나비가 그렇듯 새마다도 약간씩 생김새가 다른데, 나는 집 앞으로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박새와 쇠박새의 종류만 구분할 뿐 아직 저 박새가 매일 오는 박새인지, 처음 온 박새인지 자세히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오늘 찾아온 예쁜 쇠박새를 보고, 못 보던 쇠박새인가 생각하며 카메라를 찾았다.


 카메라를 들고 창가에 가보니 이미 쇠박새는 자리를 떠났고, 대신 그 자리를 진박새가 지키고 있었다. 잘 들어보니 '똑, 똑'하고 부리로 땅콩을 찧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새나 쇠박새는 꼭 먹이를 발에 쥐고 먹는데, 보통 박새는 땅콩을, 쇠박새는 해바라기씨를 꼭 쥐고 먹지만, 오늘 왔던 쇠박새는 땅콩을 먹고 있었다. 


 보통 모든 새가 그렇듯 박새류도 사람을 경계하지만, 요즘은 내가 보인다고 먹이 먹는 걸 포기하진 않는 편이다. 땅콩을 다 먹고 날아가기보단 2, 3번을 더 가져다 먹고 가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그랬던 거 같진 않고,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하긴 나도 이제 새들의 방문이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도 늘 새로운 것을 그들로부터 보고, 느끼고 있다. 오늘은 진박새가 땅콩을 먹을 때 내는 '똑, 똑' 소리를 들었고, 며칠 전 비가 올 땐 비에 쫄딱 젖은 직박구리가 찾아왔길래 왜 비를 피하러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뒤이어 다른 직박구리들도 찾아왔었다. 비가 올 때도 집을 찾을진 몰랐다. 원래도 그랬었는지 이날 처음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다.


 요새 직박구리는 먹이가 없으면 삑-삑-하고 한참을 소리 내다가 가곤 한다. 가보면 먹이가 없어서 먹이를 채워두면 금방 날아와서 먹고 가곤 한다. 건강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훨훨.

(***수정: 다시 보니 몸에 세로로 긴 검은 줄무늬가 없다. 박새가 아니라 진박새인 모양.)



 

   

 

새의 똥인지 뭔지 모를 것이 밥그릇 옆에 있었다. 마치 포도 껍질과 씨앗처럼 생겼다.

   

먹방을 보여준 진박새의 오른쪽 모습.
먹방을 보여준 진박새의 왼쪽 모습.
오랜만에 찍은 진박새의 땅콩 먹방. 자세히 들으면 '똑, 똑'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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