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니 박새가 아니라 진박새였다.
창밖으로 무척이나 예쁜 쇠박새가 먹이를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쇠박새는 박새보다 더 크기가 작고, 목에만 가로 줄무니가 있고, 박새는 몸통에 세로로 긴 검은 띠 같은 줄무늬가 있는 새다. 사람과 꽃과 나비가 그렇듯 새마다도 약간씩 생김새가 다른데, 나는 집 앞으로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박새와 쇠박새의 종류만 구분할 뿐 아직 저 박새가 매일 오는 박새인지, 처음 온 박새인지 자세히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오늘 찾아온 예쁜 쇠박새를 보고, 못 보던 쇠박새인가 생각하며 카메라를 찾았다.
카메라를 들고 창가에 가보니 이미 쇠박새는 자리를 떠났고, 대신 그 자리를 진박새가 지키고 있었다. 잘 들어보니 '똑, 똑'하고 부리로 땅콩을 찧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새나 쇠박새는 꼭 먹이를 발에 쥐고 먹는데, 보통 박새는 땅콩을, 쇠박새는 해바라기씨를 꼭 쥐고 먹지만, 오늘 왔던 쇠박새는 땅콩을 먹고 있었다.
보통 모든 새가 그렇듯 박새류도 사람을 경계하지만, 요즘은 내가 보인다고 먹이 먹는 걸 포기하진 않는 편이다. 땅콩을 다 먹고 날아가기보단 2, 3번을 더 가져다 먹고 가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그랬던 거 같진 않고,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하긴 나도 이제 새들의 방문이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도 늘 새로운 것을 그들로부터 보고, 느끼고 있다. 오늘은 진박새가 땅콩을 먹을 때 내는 '똑, 똑' 소리를 들었고, 며칠 전 비가 올 땐 비에 쫄딱 젖은 직박구리가 찾아왔길래 왜 비를 피하러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뒤이어 다른 직박구리들도 찾아왔었다. 비가 올 때도 집을 찾을진 몰랐다. 원래도 그랬었는지 이날 처음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다.
요새 직박구리는 먹이가 없으면 삑-삑-하고 한참을 소리 내다가 가곤 한다. 가보면 먹이가 없어서 먹이를 채워두면 금방 날아와서 먹고 가곤 한다. 건강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훨훨.
(***수정: 다시 보니 몸에 세로로 긴 검은 줄무늬가 없다. 박새가 아니라 진박새인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