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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맹 Sep 22. 2015

각자의 방식_ 1

'위이잉'

전화기 진동음이 들린다.

여자는 무심결에 액정에 뜬 연락처를 보았다.

잠깐 망설였다.


몇 번의 진동이 더 울린 뒤에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잠시 잠깐의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헤어지자는 얘기야."

수화기에서 들려 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건조했다.


여자는 '잠시만'이라고만 말했다.

언젠간 헤어질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이유는 묻지 않았다.

다만 그 생각했던 '언젠간'이 지금이 되어 잠깐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서로의 숨소리만 가득한 수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마음이 끝났어. 미안해."


간결한 남자의 말에 여자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알았어. 그래... 그래..."

짧은 둘의 전화는 끝이 났다.



"띵동"

'잘 잤어? 오늘 날씨가 참 좋다.'


여자는 늘 그랬듯,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남자의 답장은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저녁에 술 먹으러 나갈 거 같아. 약속 잡혔어.'

'보고 싶어'

'자기랑 같이 술 마시고 싶어'


또다시 문자가 왔다.

남자에게서는 더 이상의 답장은 없었다.


다음 날에도, 다다음 날에도.

그렇게 며칠 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여자는 남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남자는 아무런 답장도, 반응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자기는 왜 그만하라고 안 해?'

여자의 문자 메시지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그만 하라고 말려달라는 건지, 다시 만나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네가 누군가와 이별하는 방식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날 이후 처음으로 남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최소한 네 맘이 정리되길 기다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차갑게 굳어버린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잠시간의 정적이 지나고 여자가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계속 이러면?'


'기다려야지. 그게 맞지 않을까? 둘이 같이 시작했는데, 나만 끝났다고 잘라버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남자의 메시지는 차가웠다. 다시 녹지 않을 것만 같이 차가운 메시지였지만 부드러웠다.

날카롭게 베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이 아니라, 퉁퉁 부어버린 상처를 가라앉게 만들어주는 차가운 부드러움 같았다.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여자의 마지막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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