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펼치는 지방 균형발전 전략

글로벌 지방도시 만들기(1)

by 하얀자작

수도권 집중은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구조적 딜레마이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0년 46.3%에서 2022년 50.5%로 증가했고, 2050년에는 5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7년에 50%를 돌파했으며 2022년에는 52.5%, 2024년에는 50.8%를 오르내리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전체 시·군·구의 66%(151곳)에서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이미 2020년에 현실화됐고, 57곳은 2000년 이전부터 이 현상이 시작됐다. 이처럼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역대 정부는 저마다의 명칭과 방식으로 균형발전을 국정 어젠다로 내걸어 왔다. 그러나 정책과 재정의 투입에 불구하고 점점 수도권 집중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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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이어진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노무현 정부(2003-2008 )는 수도권 일극 집중을 '경제발전 과정의 구조적 산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통합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4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여 특별회계를 도입하는 등 균형발전을 법제화하고 정책 영역으로 공식화했다. 핵심 수단은 두 가지였다. 첫째, 중앙행정기관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이었고, 둘째,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을 통해 인구와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이었다. 당시 정책 기조는 '선(先) 지방 육성, 후(後) 수도권 규제 개선'이었으며, 이는 이후 정부들과 비교할 때 균형발전 의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시기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부(2008-2012 )는 균형발전의 명칭을 '지역발전정책'으로 바꾸고,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여 지역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간 격차 해소'보다는 '지방의 성장 잠재력 극대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지역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를 운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세종시 건설은 계속 추진됐지만, '선 지방 육성' 기조는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박근혜 정부(2012-2017 )는 63개 「지역행복생활권 단위의 소생활권 중심 정책을 추진하며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방점을 뒀다. 균형발전보다는 지역 맞춤형 복지와 생활 인프라 개선에 무게가 실렸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대형 이전·분산 정책은 사실상 후퇴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명칭을 부활시켜 다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공식화하고, 혁신도시 시즌2, 균형발전특별회계 확대, 자치분권 로드맵을 추진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시즌2'를 통해 혁신도시를 지역 성장 거점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으나,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방 인구 유출 저지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2022–2025)는 '지방시대'를 국정 기조로 내세우며, 지방자치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분권과 균형발전을 단일 법 체계 아래에 묶고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법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도권 집중 완화에는 한계를 드러냈으며, 정권 교체 후 이재명 정부가 그 위원회를 인수하여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이재명 정부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5극3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2025년 9월 30일,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제안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을 공식적으로 정책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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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의 핵심은 기존의 17개 시·도 단위 균등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을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중부권·대경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재편하는 것이다. 각 권역은 AI·첨단산업·바이오·반도체 등 지역 특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거점으로 육성되고, 권역별 산업 생태계와 연계된 특성화 연구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상생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전략의 실행력을 담보하는 핵심 수단은 지역특별회계 내 포괄보조금의 대규모 확대이다. 포괄보조금 규모를 2025년 3조 8,000억 원에서 2026년 10조 6,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려 지방의 자율적 재정 편성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아동수당 등 7개 사업에 대한 지역 3단계 차등 지원의 '지방우대 원칙'을 적용하고,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을 지역 낙후도에 따라 최대 1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초광역권 실현의 제도적 기반은 「광역행정통합」이다. 지자체 간 초광역연합을 구성하고, 중앙-지방 간 포괄적 협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전략은 수도권·동남권·중부권·대경권·호남권이라는 5개 초광역 성장 거점을 국가 경쟁력의 복수 엔진으로 삼아, 서울 일극 체제를 넘어서는 다극 분권형 성장 구조를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025년 12월 대전·충남이 행정통합을 먼저 선언했고, 2026년 1월에는 광주·전남이 통합지방정부 추진을 선언하면서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정치 일정'에 맞추어 속도전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전략 추진 속도는 지방선거 일정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두고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의 행정통합 선언이 잇따르자, 전문가들과 야당은 "지방선거가 초광역권 통합 논의의 결단을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충분한 숙의 없이 선거를 앞두고 속도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빈껍데기 행정통합이 되어선 안 된다"며 충분한 합의 없는 추진을 문제 삼는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숙의 과정 없는 행정통합 졸속추진"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문가들도 "연합 경험을 먼저 축적하고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북처럼, 5극의 구심력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는 지역들은 오히려 균형성장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 강세 지역인 광주·전남을 1호 통합 대상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언론들은 "분권과 균형발전의 성과를 지지 기반에 먼저 배분하고,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결국 선거용 정치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권 내부에서도 주민 삶의 질 향상이나 지방 자생력 강화라는 대의보다,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연출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앞서고 있다는 우려를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글에서는 한국의 그동안 지방육성정책의 성과와 이웃 나라 일본의 지방창생 전략을 살펴보면서, 과연 새 정부의 ‘5극3특 전략’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따져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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