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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Sep 09. 2023

금리가 아니면, 무엇이 아파트값을 결정한다는 거지?

부동산 시평

먼저 글에서, 금리가 낮아진다고 반드시 아파트값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18년에 시작되어 코로나 팬데믹까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속에 이례적으로 급등했던 집값이 2021년 금리의 상승 급반전에 충격을 받아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폭락을 초래하였다. 이후 부동산가격의 경착륙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과 급락 후 나타난 되돌림(Anchoring effect)이 작용하여 낙폭을 부분적으로 만회하였다.
 한편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역사적 저점인 2020.8.의 2.32%에서 요즘 4.5% 내외(신규취급 기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2021.7.의 0.5%에서 2023.1.의 3.5%로 오른 뒤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가 오른 뒤 유의미한 하락이 없었는데도 아파트값이 올랐으니, 조만간 금리가 본적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면 아파트값이 본격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견해는 이자율과 아파트값의 변동이 역(逆)상관관계라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고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여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희석시킨다. 이는 한국의 과거 역사적 데이터나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득과 가구수 변동을 주목하자

시계열적으로 볼 때 금리 변동과 아파트값 변동의 역상관관계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전편에서 살펴보았다.
 이제는 한국에서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는 다른 변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소득
소득 증가는 구매력으로 이어지고, 아파트에 대한 유효수요를 증가시켜 가격을 밀어 올릴 것이다. 구체적으로 명목GNI가 빠르게 증가할 때 아파트값이 기존 추세에 비해 높게 형성될 것이며, 명목GNI 증가 속도가 느리거나 GNI가 감소할 때 아파트값이 기존추세에 비해 낮게 형성된다. 2000.∼2023.1분기의 GNI변동률과 아파트값의 이격도(아파트가격지수가 10년이동평균에서 벗어난 비율)를 비교해보면 2001.∼2003. 상승기, 2007.∼2013. 침체기, 그리고 2017.∼2022. 상승기에 양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명목소득이 빨리 늘어날 때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명목소득 증가가 부진할 때 아파트값이 천천히 오르거나 내린 것이다.

가구수
 
결혼, 분가 등에 따라 새로운 가구(세대)가 생기며 이들이 거주할 곳이 필요하다. 즉 가구 수의 변동은 주택 수요를 창출하여 아파트값의 변동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동안의 주택가격 상승속도를 가구 변동(증가)수와 비교해보면, 새로운 가구가 많이 생길 때 아파트값 상승속도가 빠른데 비해 새로운 가구가 상대적으로 적게 생길 때 아파트값이 정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새로 생기는 가구가 많을수록 주택가격 상승속도가 빠른 것이다.

한편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는 2019년 5,185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구수는 아직 증가(2019년 2,034만가구→2022년 2,177만가구)하고 있고, 앞으로 2039년(2,387만가구)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가구수 증가는 1인가구 확산에 따른 것인데 상당 기간 주택수요 증가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기적인 공급 애로가 아파트값에 영향을 끼칠까?

아파트 입주(준공)물량이 많으면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아파트값이 상승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한편 선분양 물량이 많으면 현재의 구매수요를 미래로 이전시켜 아파트값의 상승속도를 늦추고 반대의 경우 아파트값의 상승폭을 키울 것이라는 논리적 설명도 그럴 듯하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분양물량의 다소 또는 입주물량의 다소가 아파트값의 변동폭(이격도)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국토부가 공동주택 분양통계(2013년 이후)나 아파트 입주통계(2010.8. 이후)를 작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열 데이터의 제약이 있으므로 이 요인들이 아파트값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해야 한다.

아파트값의 변동 양상은 여러 변수의 복합적 작용으로 결정

전편에서 살펴본 금리와 함께 아파트값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들을 종합해볼 때 어떤 변수이든 아파트값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모든 변수가 함께 작용하여 그때그때 아파트값 상승속도의 완급이나 침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명목소득의 변동과 가구 변동수는 아파트값 상승의 속도 또는 침체와 동시성(同時性)이 강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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