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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룡 Jan 23. 2024

나는 만 25세에 두 번의 뇌졸중을 겪었다.

뇌경색 편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 어느 날 나는 야외에서 실내로 들어가려고 몸을 일으켜 걸어가던 순간 왼쪽 다리에 힘이 빠져서 무릎이 굽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서서히 약해지면서 약 15분 후 완전히 사라졌다. 매우 놀랐지만 도통 원인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이전에 갑상선 항진증이 심할 무렵 하반신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날은 왼쪽만 힘이 빠진 것이었다. 잔병치레가 많던 내가 정말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증상이었다. 그 뒤로도 아주 간헐적으로 그런 힘 빠지는 증상은 몇 차례 더 나타났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도 다양해져 갔다. 다리에서 팔로 팔에서 얼굴로 볼에서 혀까지 힘 빠짐과 약간의 마비가 짧으면 3-4분에서 길면 5-10분 정도 일어났다. 같은 병을 가진 환우라면 여기까지만 읽어도 내가 무슨 병이고 이게 무슨 증상인지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건 모야모야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TIA라고 하는 일과성 허혈발작이다. 이것은 온도차를 크게 겪거나 과호흡을 겪을 때 일시적으로 뇌에 흐르는 혈류의 일부분이 막혀, 피가 통하지 못해 신체 일부분에 저렇게 힘이 빠지고 마비가 오는 것이다.

 

내가 겪은 두 번의 뇌졸중이 이 병과 연관이 있다. 먼저 모야모야 병에 대해 간단히 좀 더 설명하자면 우선 이 병은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말 그대로 희귀하고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다. 이 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뇌로 올라가는 큰 동맥들이 막히고 그 부분에서 담배 연기 같은 미세혈관들이 자라나며 그렇게 자라난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보다 막히거나 터질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바로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병은 여성환자가 남성환자 보다 약 두 배 정도 많고 약간의 가족력이 있다. 필자는 여성이고 가족 중 다른 모야 환자는 없다. 또한 명확하진 않지만 모야 환자 중에 갑상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필자도 그러하다. 또, 모야모야는 소아와 성인의 양상이 다르다. 소아의 경우 허혈발작이나 뇌경색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에 경우뇌출혈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로 필자는 뇌경색으로 발견했다. 모야모야병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지루하고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듯하니 이 이상의 정보는, 개인적으로 궁금하다거나 혹, 나도 저런 힘 빠지는 증상과 마비 증세가 있는 것 같다! 하시는 분만 검색해서 봐주시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뇌경색은 여름 어느 날 발생했다. 그때 나는 졸업논문과 아침편의점알바를 병행하며 남들도 한때 다 겪는  뻔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물론당시에는 논문이 한 글자도 안 써질 만큼 너무 끔찍하게 힘들어서 이런 식의 마음가짐으로 정신승리를 한 것이다..) 내 마음보다 몸은 훨씬 힘들어했을 수도 있다. 뇌경색이 발생하기 얼마 전 편의점에 출근 후 왼쪽 전신에 힘 빠짐과 혀가 마비되며 말을 하기 힘든 증세가 나타난 적이 있지만 곧 증세가 사라졌고 그냥 피로한가 싶어 병원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 신경과를 거쳐 대학병원 응급실을 갔고 첫 번째 CT로 우뇌에  뇌경색과 양측성 모야모야병을 동시에 발견했다 그 첫 번째 CT 이후 난 이틀간 집중치료실에서 머리 약간도 들지 못하고 내내 누워있어야만 했다. 당연히 먹지도 못하고   뇌경색은 발생 후 초기 48시간인가 72시간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집중치료실에 눕혀만 놓는 것이다. 집중치료실은 일반병실과 다르게 병실 안에 24시간 간호사분들과 의사 한분이 상주하고 계신다. 그리고 환자마다 실시간으로 혈압과 심전도 산소포화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

그렇게 집중치료실에서의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일반병실에서 며칠을 보내고선 퇴원할 수 있었다. 난 뇌경색 환자면서 동시에 모야모야병환자이다 보니 퇴원약이 아주 한 보따리였다. 모야모야병은 확실한 치료약이 없다 보니 병원마다 의사마다 처방약이 다르다. 나도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약이 계속 바뀌었다. 보통 뇌경색을 겪은 모야 환자라면 혈액을 묽게 해주는 약을 무조건 복용하게 될 것이다. 먹는 약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여 정착하게 되는 병원의 처방약을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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