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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룡 Jan 23. 2024

나는 만 25세에 두 번의 뇌졸중을 겪었다.

뇌출혈 편

이전 글에서 내가 모야모야병을 가졌음을 설명한 바 있다. 모야모야병은 워낙 의사마다 병원마다 병을 다루는 방식이 다른 편이라 여러 유명한 병원을 다녀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나 또한 정착하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다. 수술을 하는 건 개개인의 자유이고,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모야모야병에 있어서 수술은 현재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수술은 혈관문합술로 환자의 뇌에 혈류가 부족한 부분에다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혈관을 이어 주는 것이다. 간접술은 수술 후 혈관이 자라는 데까지 몇 달이 걸리고 직접술은 바로 혈류가 공급되나 이것 때문에 과관류 현상이라고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양쪽뇌에 다 모야모야병이 진행되어 있지만 우뇌에 경색이 온 적이 있고 좌뇌보다 혈류가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 우뇌 직간접문합술로 결정하고 갈팡질팡 고민하며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입원날이 다가왔다.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나는 예정보다 며칠을 당겨서 수술했다.


그렇게 수술 이틀전날 입원하여 수술 전 날 수술을 위한 여러 준비를 하였다. 바늘을 사이즈별로 몸에 꽂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나의 할 일이었다. 수술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이기 때문에 나는 저녁식사 후에도 이것저것 마구마구 먹어댔다. 지금생각해 보니 그때 더 먹었어야 했다.


그렇게 다음날이 찾아오고 나는 오후시간대 수술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금식이고 그래서 침만 삼키며 반나절을 보냈다. 예상보다 수술준비하러 일찍 내려가는 바람에 엄마얼굴을 보지 못하고 내려갔다. 하지만 어쩌면 엄마얼굴을 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코끝이 찡해지는데 그 상황에서 엄마를 봤으면 얼마나 펑펑 울었겠나. 그렇지만 난 생각보다 아주 덤덤하게 수술 전까지의 시간을 견뎠다. 수술장의 공기는 아주 차가웠고 그리하여 일부러 수술베드의 등 쪽을 따듯하게 해 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뒤에 설명하겠지만 후에  수술 전 날 보지 못한 것에  엄마는 아주 식겁했을 것이다.


내가 수술 중 출혈이 발생하여  수술이 예정보다 늦게 끝나고 마취도  훨씬 늦게 깨어났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가 기절했다고 하던데 아마 그 순간 수술 전 나를 보지 못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나 또한 깨어나고 정신이 들었을 때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하고 마음이 철렁했다. 순간 내가 깨어나지 못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온 것이다. 또, 꿈뻑꿈뻑하는 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새삼스러웠다. 정신을 차린 뒤 보인세상은 온통 하얀 중환자실이었고 지금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끔찍한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엄마는 아마 너무 끔찍한 기억이라 잊어버린 걸 것이라 하였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중환자실에서 나는 오락가락하는 체온 때문에 옆구리에 아이스팩을 뺐다꼈다를 반복했다. 열이 나면 두통이 심해지기 때문에 동시에 극심한 통증도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하면 지체하지 말고 간호사분들을 불러야 한다. 미미한 두통이 시작되면 그건 반드시 머리전체를 덮을 만큼 심해진다.


중환자실에서 나는 카스텔라 요플레 물 이 세 가지를 한입씩 먹어보는  연하검사에서 물을 통과하지 못해서 중환자실에서부터 꽂고 있던 콧줄은 집중치료실까지 따라왔다. 난생처음 어쩌면 이때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콧줄의 경험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콧줄보다 더 끔찍한 건 이후 나에게 생긴 연하장애이다. 삼킴 장애라고도 한다. 사실 나는 수술 후 생긴 왼쪽 전신의 감각이상과 힘 빠짐보다 이 연하장애가 더 힘들기도 했다. 집중치료실에서 가까스로 콧줄을 빼고 일반병실로 나가 연하식으로 식사를 시작하고 연하제를 탄 꾸덕한 물을 퍼먹었다. 이 생활은 내가 재활병동으로 전동 할 때까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신경외과에서 어느 정도 회복을 마친 나는 더 많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재활의학과 병동으로 전동 하였다.

여기까지가 나의 우뇌출혈경험기이다. 재활부터는 새로운 글에서 이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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