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과 일
요즘 일주일에 이틀은 동탄-대구를 오가고 SRT를 자주 이용합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짧은 택시 여정,
그 안에서 만나는 기사님들과의 대화는 때로는 큰 울림을 주곤 합니다.
며칠 전, 뒷머리가 희끗한 기사님께서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셨어요.
"안녕하세요, 제가 이 일 시작한 지 8개월 됐는데 여기는 처음 와보네요. 하하하."
"그러세요? 8개월 차이시면 적응 좀 되셨어요?"
"에이, 아직 멀었죠. 허허"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된 대화는 곧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기사님은 원래 호텔리어셨고, 은퇴 후엔 대학에서 강의도 꽤 오랜 기간 하셨답니다.
네이버에서 이력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연세가 들어 학교도 정리하고, 집에서 1년을 지내셨다는데요.
그 시간이 너무 힘드셨다고 해요.
"건강한데 일상이 없으니까, 사람이 점점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이 나이에 써주는 데도 없고, 집에만 있으려니... 그래서 택시 일을 시작했어요."
"애들은 힘들고 위험하니까 그만두라고 하는데,
돈보다, 일하는 게 사람한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걸 알더라고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았어요.
"기사님, 창업은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우리 같은 직업이 창업을 어떻게 해요."
그렇죠, 기사님께 익숙한 형태의 호텔업을 시작하려면,
우선 큰 자본 투자와 네트워크가 먼저 떠오르셨을 거예요.
그런데, 숙박 시설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도 있고,
숙박 시설을 중계하는 야놀자, 여기어때도 있는데,
이는 30~40년 동안 전통 호텔업에 종사하신 분께는
낯선 비즈니스 모델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40대였던 저조차 처음 퇴사할 때 창업은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평생 조직 안에서 성실히 일해온 이에게
'창업'이란 말은 너무도 낯선 단어일 수 있죠.
한두 번 도전해 본 사람에게는 그저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지만,
제로에서 모든 걸 시작한다는 건, 다른 차원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시니어 창업은 어쩌면 청년 창업보다 더 큰 도전일지 모릅니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삶을 통해 얻은 경험과 통찰이 있습니다.
단단히 쌓은 전문성과 인생의 내공이야말로,
다른 이가 쉽사리 따라올 수 없는 진짜 경쟁력 아닐까요?
그간의 노하우가 사회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어,
한 개인의 경력으로만 남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기차역에 도착해 플랫폼에 앉아있는데, 어쩐지 마음 한켠이 씁쓸했습니다.
곧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데,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겠구나...
무엇을 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까...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삶의 활력을 더해주고, 사회적 인간으로서 가치를 찾아주는 것이기도 하죠.
창업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작정 시작하는 것도 안되죠.
차근차근 준비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혼자 하지 않아도 되고,
같이 도전하고,
같이 배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요.
그렇게 다음 저의 목적지를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