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sun Mar 25. 2024

로운의 '보통의 하루' 팬미팅, 240323



이게 얼마 만에 가는 공연인가?

이 나이에 아이돌 출신 배우의 팬미팅이라니??


우연히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재방송을 보다, 캐릭터에 푹 빠져 버렸다.

그 뒤 몇 주를 TV와 유튜브로 로운을 찾으며 보냈다.



그러다 팬미팅 일정을 보았다.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났지만 자리가 있어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하지만, 구매 확정을 누르기까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40대에 20대 배우의 팬미팅에? 그것도 혼자서??


티켓팅한 후 같이 가줄 사람을 찾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친한 동생은 취향이 너~무 달랐고,

친한 친구들은 로운이 누군지 그냥 아는 정도라 선뜻 OK 하지 않았다.


선택은 둘 중 하나, 혼자 가거나 안 가거나.


친구 J가 40대 혼자 가는 걸 걱정하는 내게 말했다.

"아냐, 나 예전에 S 팬미팅 갔는데 4,50대 진짜 많았어. 아마 로운도 그럴지 몰라."


'그래, 안되면 모자라도 푹 눌러쓰고 가지, 뭐!'

혼자라 쑥스럽고 쓸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기로 했다.


새로 팬이 된 나를 위해, 그리고 로운이라는 사람을 영상이 아닌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서.




바쁜 일상이 하루하루 지나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팬미팅은 처음이다.

그동안 콘서트와 뮤지컬, 연극,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을 봤지만, 연예인 한 명을 보기 위한 발걸음은 처음이다.




24년 3월 23일 토요일!


오전 업무가 계획보다 2시간이나 늦게 끝나, 공연장으로 이동 계획을 바꿔야만 한다.

서둘러 정리하고 차를 미팅 장소에 버려두고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한다.

광운대역, 1호선 저 위는 처음 가보는 길.


'오늘은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하네.'

이런저런 생각으로 지하철에서의 지루함을 달래 본다.



5시 조금 넘어 공연장이 있는 지하철역에 도착. 앱을 켜고 방향을 찾는데, 한 걸음 앞서 개찰구를 나선 10대 딸과 함께 온 엄마가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


난 마치 이 동네 사람처럼 태연하게 지나쳐본다. 혼자온 쑥스러움을 떨쳐보고자.


굽이굽이 길 따라 10여 분 이동했으려나. 마지막 코너를 도니 공연장 이름이 눈에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그곳은 더 먼저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미 줄에 합류해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아직 25분 여유가 있어, 오던 길로 다시 가 물과 간식을 사고, 분식집에 들러 요기를 때워본다. 6시에 시작해 8시에 끝나는, 즐거운 시간 배고픔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이제 공연장에 들어갈 시간. 티켓을 확인받고 마지막 게이트를 지나 화장실 찾아 두리번두리번.

아뿔싸, 화장실 앞은 이미 꽤나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시작까지 10여분 남은지라 긴 줄에 합류하고선 꽤나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진행요원이 큰 소리로 말한다.


"공연시작 10분 전입니다. 시작 후에는 입장이 제한되오니 미리 확인하여 이동해 주십시오."


다행히 금세 줄이 줄어 이용할 수 있었고 자리에 앉으니 2~3분이 남았다.




멋지게 꾸며진 무대, 저 앞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좀 더 일찍 팬미팅 일정을 발견했더라면 나도 앞줄을 선택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해 본다.


'설레게 기다리는 관객만큼이나 저 무대에 오를 사람도 긴장하고 있겠지?'



객석의 사람들은 다양하다.

딸과 함께 온 엄마,

일어로 말하는 중년의 친구들,

피부색이 다양한 20대 외국인,

40대 홀로 온 나는 평범하다, 그곳에선.



6시가 조금 넘어 조명이 하나둘 꺼지니 무대에 긴장이 한껏 풍겨온다. 잠시 뒤 음악소리가 들리고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길쭉한 누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와우~"

내뱉은 나와 달리 객석의 팬들은 환호소리로 실루엣 속 배우를 환영한다.



무대 위 배우를 남기기 위해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본다.

'어머, 이게 10배까지 되었어? 헐, 세상에'

'아, 동영상 해상도가 조금 깨지네. 최신형 폰이 그립군.'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2시간 쉬지 않고 이어졌다.

2014년 간 '나는 가수다'처럼 다양함은 없지만,

2018년 다시 연 'H.O.T 공연'처럼 추억은 없지만,

2018년 간 '이문세 콘서트'처럼 많은 곡은 없지만,

오롯이 명을 중심으로 전개된 미팅은 재미있고 유익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운 배우가 준비한 이벤트로,

바로 앞에서 실물을 보았는데, 정말로 크고 진짜 잘생겼다.

특히 웃는 모습이 나는 너무 좋다.

"파이팅"을 외치니 배우도 "네, 파이팅요."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경호원에 밀려 서둘러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유쾌한 시간이었다.

혼자 간 게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지불한 7.7 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토요일 온종일 보낸 시간이 1도 아쉽지 않았다.




순수한 팬심으로 시작한 팬미팅 여정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직업병이 또 발동한다.



늦은 밤 집으로 이동하며 물어본다.

"너를 그곳에 끌고 간 건 무엇이었니? 다음에 또 가고 싶니?"



나를 끈 건

- 드라마 속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낸 잘생김

- 화려한 기교와 가창력보다는 편하고 진정성 있게 부르는 그의 노래

- 유튜브에 보인 그의 인간적인 솔직함

- 열심히 그리고 감사히 사는 그의 모습


솔직히 접한 무엇이 사실이고 어떤 게 과장인지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냥 내 믿음을 믿고 싶고 삶의 활력을 놓고 싶지 않을 뿐.



다음에 또 갈 거냐고? 사람들은 어떤 순간 행복을 느끼고 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불하는 거지?

- 내 돈과 시간을 기꺼이 지불하고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가치.



현재 경제적 가치로 형성된 관계 속에서 나는 무엇을 주고 있고, 상대는 그것을 가치 있게 느끼는 걸까?

그들이 지불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나의 고객들 마음 한편에 어떤 가치가 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나는 과연 그 가치의 씨앗을 갖고 있는 걸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집에 도착해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작가의 이전글 2023년 대학생 vs. 2003년 대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