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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Sep 26. 2016

좋아요친구

일년에 한번이라도 얼굴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고등학교 3학년 608호 쓰던 룸메이트들. 여고생,이라는 청량한 단어와 딱 맞아 떨어지던 너의들을 사랑한다. 정말 온종일이었다. 눈을 떠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듣다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다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 간식을 먹고 공부를 하다가 자고. 틈틈이 수다떨고 정말 낱낱이 일상을 공유했던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들과는 대학이 달라지면서 뿔뿔이 헤어졌다. 지방으로 간 친구들도 많았다. 에이 버스타면 두시간인데 뭐 자주 보겠지!라며 안일한 생각으로 헤어진 것이 어언 십년. 겨우 여섯명인데, 단톡방은 해명으로 가득하다. 집이 멀어서,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해서, 이제는 결혼해서, 취업 준비중이라서, 고시하고 있으니까, 신입사원이니까

그 이유들이 너무나 합리적이라서 아쉽지만 그래, 라고 말하기 일쑤이다.


대학교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대학교때에는 조금더 고민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진 나와, 그런 나의 질풍 노도의 시기를 함께 거치며 나의 오르락과 내리락을 함께해준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언제 다시 떠올려도 고마운 나의 친구들. 첫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짝사랑을 하고 무너져내리고 다시 서기를 할때 내옆에서 같이 울어도 주고 웃어도 주고 그저 곁에 있어주고 같이 술도 마셔주고 진상짓하는 나를 말려도 주고. 무엇을 해서 돈벌어 먹고 사나 고민할 때에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고, 때로는 용기와 격려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고를 중지시켜 주기도 하고. 내 멍청한 머리가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아 아무튼 그래, 너희들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거 안다. 결국 비슷비슷한 진로를 밟고 있는 너희들이 지금 뭘 어쩌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때가 얼마나 바쁜지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그 자리에서 하루하루 버티면서 싸우고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래, 다음에 보자. 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이 있고, 뇌리에 박혀서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고 위로가 되었던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을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고, 함께 해주었던 사람들이 있다. 항상 여기저기 빚을 지고 다니고 다른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먹고 사는 나에게, 순간순간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깝고 친근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그들과도 얼굴한번 마주하지 못한채 페이스북의 좋아요친구가 되고, 그마저도 한두번 안누르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좋아요조차 누르기 어색해지는 사이가 된다. 그들과 함께한 순간이 내게는 아주아주 크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지만은, 그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사소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비겁한 나는 그들을 찾을 용기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저 나 잘 살아요,하고 자랑하려고 올린 페북 사진 한 장 보면서 그래 너도 잘 살겠거니 하면서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딱 그정도의 사이가 되는 것이 맘 편하지 라고 쉽게 생각해버린다. 이제 그런 식의 관계, 한철지나 스러지는 관계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가도, 더이상의 좋아요친구는 싫어!라고 생각했다가도 그래도 좋아요친구라도 있는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좋아요친구는,

그래, 다음에 보다 조금 더 허무하다.






내가 만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너인지, 아니면 지나온 그 순간의 나인지 잘 모르겠다. 너를 만나면 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순간이 있었음을 끊임없이 너에게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서 자꾸만 너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너를 찾아대는 내가 멍청해서인건지 외로워서인건지 알 수조차 없다. 아무튼 그래도 너는 (적어도 나한테는) 내 사람이니까, 보고싶어 하는 건 나니까 내가 찾아 헤매야지 뭐. 그건 괜찮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래, 담에 시간될 때 보자. 라고 말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아픈가보다. 언젠가 다시보자는 기약으로만, 그리고 좋아요 하나로 남는다는 것이, 인생의 한때에는 굳이 찾지 않아도 옆에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변해버린 현실이 아픈것 같다.


다음에 보자, 언젠가 시간될 때, 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이 없고, 지금 만나는 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내가 너를 만나기 위해, 네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얼마나 꾸준히 노력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안 바빠,이런저런 핑계를 대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게 그냥 지금 오늘 밤에는 조금 속상해서 그래. 뭔가가 계속 변해가는 것이. 그리고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 이제 너와 나는 이 생에서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래, 담에 시간 나면 나랑 꼭 만나줄래? 다음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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