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Jul 25. 2016

자해

자해를 한다.

커터칼이나 뾰족한 물건으로 자신의 살을 후벼판다. 꼭 죽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프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해요. 너무 불안하고 숨이 턱턱 막혀오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을 그때, 흉터가 눈에 들어와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그어버리고 싶어져요. 그리고 피가 빨갛게 맺혀오면...아아....너무 안도감이 들어요. 아프죠. 아픈것 같긴 한데, 긋지 않으면 못견디겠어요"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데요. 때되면 긋는 거죠."

"저도 왜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나도 정신이 없을때 그냥..... 하고나면 정신이 드니까요...."


그리고 그 흉터를 숨기기 위해서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닌다.

"설명하기 귀찮잖아요."


저도 모르는 거 아녜요. 제가 8년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처음 걔가 알게 됐을때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고 아 정말 그만둬야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막 그을것같은 충동이 들면 그애를 찾아가기도 했고, 몰래 긋다가 걸려서 그애가 내 손을 붙들고 울고불고 하기도 했고, 긋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써보기도 했고 별의별 짓 다해봤는데.... 그래도 못끊었어요. 나중에는 걔도 포기하더라구요. 어차피 내가 긋기만 하고 죽을 생각은 없다는 걸 걔도 서서히 알게 된 거예요.


당연히 안좋다는 거 알죠. 엄마아빠도 알고 나서 얘가 뭔가 결핍이 있어서 그런가. 자기들이 못해준게 있어서 얘가 이런 행동을 하는건가 고민도 하셨고 죄책감도 느끼시는것 같고. 근데 그런거 정말 아니거든요. 그냥 안그으면 불안해요. 피가, 뜨거운 그 피가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끼고 싶어요. 끊을수만 있으면 끊고 싶기는 한데 끊을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유리병에 갇혀있는 것 같아요. 유리병에 갇힌채 세상을 보는거죠.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거예요. 그때 우리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얘기를 하는데 우리 오빤에 우리 오빠가 아닌거예요. 남자친구인데 남자친구가 아니예요.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질러요. 분명 우리 오빠인것처럼 생긴 누군가인데 우리 오빠가 아니니까 너무 무서워요. 그 유리병을 깨려면 피를 내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었어요. 내가 이상해지는 게 너무 무서우니까.



병동에 입원하면 위험 물품은 따로 보관한다. 자해 가능성이 있으니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들은 최대한 소지하지 못하게 한다. 커터칼로 자해를 하던 그 애는 도구가 없자 머리핀으로 피가 날 때까지 그었다. 그 마음을 나는 정말 도저히 모르겠어서 나도 한번 그어보려 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겁쟁이여서 칼은 차마 들지 못했고 뾰족한 머리핀으로 그어보려고 했다.  피가 나기는 커녕 빨갛게만 되어도 너무나 아프다. 피가 날때까지 긁은 그 아이는....

도대체 얼마나 아프면 그 통증조차 느끼지 못할까. 얼마나 불안해야 그 통증을 잊을까.

최선을 다해 상상하자.












작가의 이전글 통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