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다이어리 181226 - 기대

by 백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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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독서모임에 활발하게 참석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정모에서 한 신입회원 분이 내 만화를 보셨다고 했다. 내가 만화를 그린다는 것을 알고는 당시 연재하던 '문득생각'을 찾아보셨던 모양이었다. 재밌고 생각할 거리도 있어서 참 좋았다고 하시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칭찬을 멈추지 않으시는 것이었다. 정말 감사했지만 왠지 부담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감사하지만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하듯 말하고 말았다. 그 자리에는 내 만화를 안 보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혹시나 그 얘길 듣고 기대감에 찾아봤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예전부터 누군가 나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싫었다. 기대하다가 혹시라도 실망하게 되면, 실망했다는 것을 내가 어쩌다 알게 되면 너무 창피하잖은가. 그래서 늘 나는 기대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무슨 비리나 범죄도 아닌데 스스로를 자꾸만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 내가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재밌었지만 이것은 나의 취향이므로 당신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 조금 안전하게 느껴졌다. 혹시나 마음에 들면 상대방이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자존감은 낮지만 자존심은 높고, 예민해서 상처 받기 쉬운 나의 일종의 방어수단이었다.

다시 독서모임 이야기를 하자면,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괜한 기대를 하고 내 만화를 찾아본 사람은 없었다. 물론 실망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그 날 나에게 실망한 것은 나였다. 모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다급하게 그만해 달라고 말했던 나의 그 자신감 없는 태도였다. 바닥이 보이는 나의 자존감을 나도 모르게 드러내고 만 것 같아 가슴이 쓰렸다. 사실 매일같이 나에게 실망하는 것은 바로 나였다. 거기에 남의 실망까지 더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기대가 싫은 것은 아마 그 때문이리라.

언제쯤 여유로운 태도로 칭찬을 받아들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기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도 기대와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나의 태도에는 지질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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