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홍시 Sep 02. 2021

잡문 125 - 지나간 세상




영원할 것 같던 세상도 어느 날 사라지더라.

한결같던 중심은 한순간에 흔들리고

꼼짝 않던 마음들도 순식간에 날아가더라.

잃어버린 세상이 슬퍼 울어본들

지나간 세상은 이미 넘어간 페이지.

넘어가버린 페이지를 이해할 수 없다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책.


지난날의 열병은 소리 없이 식어버리고

단단하던 마음이 빗물에 휩쓸릴 때

나는 비로소 세상이 사라짐을 예감하고는

나는 그제야 계절이 끝났음을 실감하고는

목놓아 목놓아 울어보지만

뒤늦게 뻗은 손이 닿지도 않을 만큼

그리운 나의 세상은 멀리도 가 버렸더라.


한때 나의 세상이었던

한때 나의 전부이고 삶의 모든 까닭이었던 것들은

이미 넘어간 페이지에 갇혀버리고

나는 남은 향이라도 가두어 보려

마음을 꽁꽁 닫아 보지만

이미 날아가버린 향은 돌아오지 않고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닫힌 마음으로는 그 무엇도 들어오지 못한 채

나는 그저 갇혀버렸네.

매거진의 이전글 잡문 124 - 나도 모르는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