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비우고 있습니다_1
청소력이라는 책에 '방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마음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방의 상태가 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의미다. 나는 냉장고야 말로 그 집의 얼굴이라 생각한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이 한껏 담긴 곳이 바로 냉장고이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 보관하는 취향보관소이기도 하기에 그 집 냉장고를 열면 주방을 대하는 사람의 성향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영유아를 키우는 집이라면 무농약제품이나 조미가 되지 않은 음식들이,
운동을 하는 집이라면 닭가슴살이나 달걀과 같은 단백질이 가득한 음식들이,
배달음식을 좋아하는 집이라면 일회용 소스나 일회용품 용기들이,
요리를 좋아하는 집이라면 다양한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가득할 것이다.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그 사람의 평소 습관까지도 파악할 수 있으니 냉장고는 얼굴인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냉장고의 종류도 다양하고, 소비습관에 따라서 다양한 냉장고를 구비하고 있다 보니 가끔 방송을 보면 네 개의 냉장고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조규현 님은 요리를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냉장고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총 6대의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데 그 냉장고는 각각 다른 식재료를 담고 있다. 고기만 담긴 냉장고, 술만 담긴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와인 냉장고까지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요리의 진심인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식재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탐구가 냉장고 수량을 늘리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반해 이영자 님의 냉장고는 매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쇼케이스 냉장고였는데, 이 역시도 이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평소에 음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듯 이것들을 보관하는 장소 역시 특별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 마음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보관하는 게 아닐까. 진정 냉장고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고 얼굴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얼굴인 냉장고는 어떨까? 한번 열어보자.
엄청나게 많은 음식과 식재료로 둘러싸여 있는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지.
평소 깔끔 장이로 유명한 노홍철 님은 냉장고의 식재료를 일렬로 세워놓기로 유명한데 이러한 성향은 청소왕 브라이언에서 보이는 브라이언 님도 동일하다. 평소의 성향이 냉장고에도 투영되어 있는 것.
냉장고를 열어 나를 한 번 바라보고, 한숨을 쉬지 말고 하나씩 비워내 보는 건 어떨까?
만연한 소비문화와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내 얼굴인 냉장고를 가득 채워낸 것은 아닌지.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냉장고를 가득 채우기 바빴다. 식재료를 좋아하다 보니 대량으로 구입하고 보관했기 때문이다. 완두콩 시즌에 한 망을 구입해서 껍질을 제거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다음 완두콩 시즌까지 먹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했다. 제철에 나오는 재료가 가장 맛있다고 말하면서 그 재료들을 냉장고 안에 가둬놓기 바빴던 건 아닌지.
사실 냉장고는 잠시 대기, 잠시 보관하는 용도이지 장기 보관하는 용도는 아니다. 재료의 식감과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이나 풍미 역시 떨어진다. 많이 사는 것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보관하게 되는 데 그 습관부터 떨쳐내기도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냉장고를 비워내는 것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더 이상은 냉장고에 장기 보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신선하게 즐기기 위해서. 냉장고에 오랜 시간 담겨있는 식재료가 아닌 바로바로 구입한 재료들로 요리를 하기 위해서.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풍미가 떨어지는 음식을 맛보는 것에서
때로는 부족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지만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의 냉장고를 더 가볍게 만들어본다. 냉장고도 나도 다이어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