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미영 Oct 03. 2024

대용량 냉장고여야 할까?

냉장고를 비우고 있습니다_3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새벽배송,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배달 음식...


이 모든 것들이 대용량 냉장고가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일부 도서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쉽고 간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배달음식은 물론이고 새벽배송이 되는 제품들은 세계 최고다.


결혼하고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았던 우리 집. 어느 날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나기도 하고, 펌프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늦은 밤 집안에 정적이 흐를 때면 그 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들렸다. 그즈음에 냉동실에 넣어둔 음식이 얼지 않고 냉기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냉장고가 명을 다한 거 같았다. 


냉장고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에 전자용품점을 방문했다. 그때 나의 계획은 단문형 냉장고였다. 냉장고가 넓으니 계속 식재료가 늘어가는 느낌이었고, 냉장고를 줄여서 더 신선하게 음식을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집에는 김치 냉장고가 있었기에 충분할 거라 생각되었다. 매장에 도착해서 냉장고를 둘러보는데, 단문형 냉장고는 달랑 하나의 모델만 있었다. 그것도 내 마음에 석연치 않았다.


매장 직원에게 문의를 하니 현재는 단문 냉장고가 거의 출시되지 않아 모델이 많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단문형이라고 냉장고의 가격이 싸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냥 냉동고만 사고 집에 있는 김치 냉장고를 냉장고 대용으로 쓸까 싶었다. 하지만 냉동고도 사이즈나 가격에 있어서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매장 직원도 신랑도 이 결정을 만류하는 눈치였다. 


매장직원 말이 단문형보다 양문형 냉장고가 더 금액적으로 보나 여러모로 더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남편도 나의 평소 요리 습관을 알기에 단문형 냉장고에는 식재료를 다 보관할 수 없을 거라 이야기했다. 


결국 양문형 냉장고를 사기로 결정하고 제품을 살펴보는데, 첫 번째로 가격에 놀랐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용량에 놀랐다. 근 10년 전에 구입하고 이번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는 점. 그리고, 용량이 많이 커졌다는 점. 양문형도 홈바 있는 것과 없는 것, 쉐도우 창이 있는 것과 상하 냉장냉동용까지 정말 다양했다. 


처음부터 냉장고의 용량을 늘려서 살 계획이 없었기에 매장에 있는 제품 중에 크지 않은 것으로 골랐다. 계산은 역시나 순식간에 카드로 뚝딱. 나의 첫 냉장고와 이별했다.


우리 집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이사 한번 없이 스크래치 없이 나무처럼 서 있다가 헤어졌다. 


주변 상황은 냉장고가 소형이라도 살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지만, 막상 소형 냉장고를 사기에는 여러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소비가 소비를 부르는 이 상황이 불편했지만, 이때까지는 나의 요리 생활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에 작은 냉장고는 아니라는 판단에 최대 용량은 아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 최대한 용량이 비슷한 제품으로 두 번째 냉장고를 선택했다.



작가의 이전글 대량 소비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