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전, 갑자기 어금니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엄밀히 말하면, 어금니 뒤에 나와 있던 사랑니였다.
사랑니가 나온지는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니가 하루만에 염증이 생겼는지 한쪽 볼이 빠르게 부어오르고 뜨끈뜨끈했다.
당황한 나는 일을 하다 말고 근처 치과로 달려갔다.
사랑니가 썩기 시작해서 당장 뽑아야 한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고, 예쁘게 나왔던 이라 큰 문제 없이 바로 그자리에서 뽑아낼수 있었다.
앓던이 빠진듯 시원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었던가.
집에 와서 진통제를 먹고 잠을 자는데, 하루종일 얼마나 고단했던지 나는 그야말로 꿀잠을 잤고, 다음날 어금니 부위에 느껴지는 욱신거리는 통증도 기분좋게 극복해낼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로부터 약 3개월 전.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흔이 넘은 나는 생전 처음 임플란트라는것을 하게 되었다.
약 20년 전 크라운을 씌웠던 어금니 하나가(공교롭게도 그 사랑니 바로 앞의 어금니이다.) 이상하게 움직이는것 같고, 크라운이 들려 틈새가 생긴 것이 혀로 느껴졌다.
당황한 나는 다시 또 치과로 달려갔다.
의사선생님은 적절한 타이밍에 왔다며, 당장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고 하셨다. 아.. 이미 몇주 전 정기 검진때 곧 임플란트를 해야 할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건 괜찮았지만, 그 무서운 드릴로 이번엔 이가 아닌 잇몸뼈를 뚫어야 한다는 공포가 극심하게 몰려왔다.
여러 번 마취를 하고(사랑니 마취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술실이라는 곳에(치과도 수술실이 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들어간 나는 통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잇몸뼈를 파고드는 드릴의 진동에 거의 패닉 상태였고, 의사선생님은 임플란트 나사가 예쁘게 박혔다며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나를 열심히 안심시켰다.
내 눈에는 임플란트 나사가 그 앞에 있던 어금니에 상당히 가까워 보였는데,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 때문에 의사선생님의 말도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거 물어보면 의사선생님의 능력을 의심하는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너무 피곤한 몸과 정신을 이끌고 집에 와서 잠을 청했는데, 임플란트 시술을 했던 당일에는 아플거라는 말을 듣고 왔기에 그래도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몇일이면 괜찮아질거라는 통증은 이틀, 삼일, 일주일, 급기야는 2주까지 진행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때 봤던 엑스레이 사진이 자꾸 생각이 나며, 그 나사가 앞 어금니 뿌리에 닿아서 아직도 아픈걸까. 챗 gpt를 수도없이 괴롭히며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 이 불쾌감과 통증은 2주 뒤 병원에 갔을 때,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임플란트가 예쁘게 정착된 모습을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번에 느낀 통증은 사랑니를 뺐을때 느낀 그것과 확실히 달랐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같은 종류의 통증인데, 왜 지난번과 이번은 다른 것인가.
그 차이는 바로 "불안감" 이다.
언젠가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인간이 불안을 느낄 때는 바로 "미래가 예측되지 않을 때" 라고 한다. 나는 내 임플란트가 잘 심겼는지 아닌지, 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는건 아닌지, 바로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고, 그 감정이 통증과 더해져 원래 느꼈어야 할 통증이 몇 배로 증폭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왜 새삼스럽게 그런 감정을 기록하냐고?
왜냐하면 바로 엇그제 임플란트 위에 크라운을 씌우고 돌아와서 또 똑같은 통증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위에 크라운 씌우기 작업은 생각보다 고되었고, 통증은 임플란트를 심을때보다 심했다. 나는 나사를 조이는 것이 그렇게 아픈 일인지 몰랐고, 3개월동안 아랫니 없이 살아온 윗니가 아랫니에 적응하기 위해 비명을 지른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임플란트 시술을 마치고 호기롭게 불족발을 먹었던 나는 그 뒤로 욱신거리는 이를 또 부여잡고 불안에 떨고 있다. (바보인가..) 혹시라도 염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나사에 내 생살이 씹혀 이렇게 아픈것은 아닌지.
불쌍한 챗 gpt는 그런 통증은 자연스러운 거라며 나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어림도 없다.
아마 이 통증은 또 불안스럽게도 다음번 치과에 다시 가서 확인할 때까지 지속되겠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