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방학 살기

by Gloria Lee

작년 8월,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 환경에 크게 제약이 없다. 그래서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말레이시아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방학이 시작되기 불과 2주 전, 급하게 결정한 여행이었다.


20년 만의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2005년, 영어 공부를 위해 다녀온 이후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은 나라였다. 당시에는 페낭에서 약 1년을 머물렀고, 조호바루는 싱가포르를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갔던 기억이 있다.

20년 전 조호바루는 작은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변해 멋진 신도시로 탈바꿈해 있었다.


여행 계획과 숙소 선택

이번 여행은 말레이시아에서 약 10일을 보낸 후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직접 예약했는데, 아들이 레고를 너무 좋아해서 레고랜드 근처인 메디니몰 주변 숙소를 위주로 검색했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굳이 레고랜드 근처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택시(그랩) 비용이 저렴하고, 조호바루 내에서는 쾌적하게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숙소를 고를 때 위치보다 퀄리티, 가성비, 그리고 주변에 마트와 식당이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도 거리와 관계없이 그랩으로 주문하면 되기 때문에, 숙소 위치는 큰 의미가 없었다. 단, 저녁에 가볍게 산책하며 둘러볼 곳이 많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메디니몰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만, 물가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숙소 후기

우리가 묵은 숙소는 방 2개, 퀸사이즈 침대 1개, 이층 침대 1개가 있는 곳으로, 3명이 지내기에 충분히 넉넉한 공간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남편까지 합류해 총 4명이 머물렀는데도 여유로웠다.

숙소 자체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청소기가 없다는 것!

먼지 때문에 아이의 눈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져서 꽤 고생을 했다. 아침저녁으로 빗자루질을 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고, 결국 에어비앤비 후기에 진공청소기가 비치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을 남겼다. 다음에 방문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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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걸 알고 있었는지, 김치와 쌀을 준비해 주었다. 그런데 웬걸, 한국에서 먹는 김치보다 더 맛있다!

아이들이 김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잘 먹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이 김치는 동서울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인데, 너무 맛있어서 봉지 사진까지 따로 찍어두었다.


조호바루에서 김치가 생각난다면… 여기, 김치 맛집을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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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딱 한 번 이용했는데, 그날 이후 정말 심한 배앓이를 했다. 죽는 줄 알았다. ㅠㅠ

수영장 위로 까마귀 같은 새들이 많이 날아다녔는데, 아무래도 수영하면서 조금씩 물을 삼킨 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수영은 나 혼자 했고, 배탈도 나 혼자 걸렸다.)

결국 배탈로 고생하며 그랩으로 진통제를 주문해 먹었는데... 차라리 응급실이라도 갔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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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곳에서 먹었던 음식은 대부분 메디니몰에서 구입한 과일과 라면(...), 그리고 서브웨이, 로컬 식당, 그리고 그랩으로 주문한 것들이었다.

사실 사진 속 덮밥이 정말 맛있었는데, 아이들은 한 입 맛만 보고 바로 김치를 찾았다.


엘리베이터 키 주의사항 (내 경험에서 깨달은 교훈)


문득 생각난 건데, 이것도 다른 사람들이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추가한다.


아파트 내의 수영장이 1층이 아니라 4층쯤 되는 중간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문제는 수영을 하러 갈 때 발생했다.


아이들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엘리베이터 키 없이 덜렁 수영장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나는 엘리베이터 키가 1층에서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아파트 내에서 층을 이동할 때도 해당 층으로 갈 수 있는 키카드가 없으면 엘리베이터에서 선택이 불가능했다. ㅠㅠ


결국, 일하고 있던 분 중 한 분께 부탁해 엘리베이터 키를 찍어달라고 했는데, 그분도 우리 집 층으로 갈 수 없는 키를 가지고 계셨다. 결국 나는 바로 아래층에서 내려서, 계단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혼자 갔다가는 문이 닫혀서 그 안에 갇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분께 문을 잡고 있어달라고 요청한 뒤, 윗층 문이 열려 있는 걸 확인하고 겨우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결론

한국 아파트와 달리, 조호바루의 일부 아파트는 같은 건물 내에서 층을 이동할 때도 키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꼭 키카드를 챙길 것!

혼자 수영장이나 공용 공간을 이용하러 갈 때, 돌아올 방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걸 몰랐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혹시라도 비슷한 아파트에 머물 계획이라면 엘리베이터 키카드는 필수! 꼭 챙기세요!


메디니몰 (Mall of medini)


메디니몰 앞에서는 밤마다 두리안을 쪼개서 파는데, 바가지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에 결국 하나 구매했다.

아이들은 코를 틀어막기 바빴고, 결국 두리안은 나와 남편 뱃속으로 들어갔다. (점점 살이 찌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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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생과일을 눈앞에서 직접 잘라 주니 보는 재미도 있고, 맛도 정말 강렬해서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 다만 냄새가 워낙 강해서, 하나를 재빨리 꺼내 먹고는 꼭꼭 밀봉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안에서는 두리안 냄새가 진동했다… 하아.

현지 음식을 잘 못 먹는 우리 아이들이 선택한 메뉴
피자, 서브웨이, 스파게티, 스테이크…

0EEB8721-6DF6-4B7F-B1A5-B35D85838E6B_1_105_c.jpeg 이걸 말레이시아에서..먹어야겠어?
떡인지 뭔지 모를 것 + 두유 디저트. 요거 정말 맛있었다
DF94D024-E86B-4574-8374-41F382A52481_1_105_c.jpeg 서브웨이, 서브웨이, 서브웨이

사실 서브웨이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메뉴였는데, 여기서는 꽂혀서 세 번 이상은 먹은 것 같다.

F7B7A6C5-533E-4F98-B639-9A2815747D51_1_105_c.jpeg 나의 최애 디저트 해바라기씨. 햄토리로 빙의할수 있다.
0F36B418-C4E0-46D9-B6A7-4EFC14467CEB_1_105_c.jpeg 메디니몰에서 간식 사다 먹기



메디니몰 입구에 있는 식당(스타벅스 건너편). 이 빵은 익숙한 맛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연유가 듬뿍 뿌려져 있어 엄청 달콤하고, 비주얼도 좋아 인스타 사진 찍기에 딱이다.

기념사진 안찍은 분들 요거 시켜서 꼭 찍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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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니몰 상주 고양이. 잘 찾아보면 있다 ㅎㅎ


마나 카페 (Mana Cafe Puteri Harbour)


푸테리 하버에 나왔다가 이곳도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특히 사테가 맛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한국인들이었고, 방학을 맞아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듯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맛있는 편이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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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Lego land)


사실 레고랜드는 가성비 면에서 가장 아쉬운 선택이었다. 아들이 레고를 워낙 좋아해서 방문하긴 했지만, 한국의 레고랜드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 나이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예상보다 입장료가 비쌌고, 우리 아이들은 2시간 정도 구경한 뒤 바로 나와 여행 기념으로 레고만 하나씩 구매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거나 특별한 제품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방문을 고민하는 분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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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루트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둔 벤을 이용해 메디니몰 앞 숙소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돌아갈 때도 같은 경로를 택했다. 날씨가 너무 덥고, 짐도 많고, 아이들도 함께 있어 가장 편리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벤 이용 요금은 약 10만 원으로,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하게 예약했다. 국경을 넘을 때도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여권을 제출하고, 이름이 불리면 손을 들어 간단히 출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싱가포르에서 2주 내내 머물 계획도 있었지만, 벤 왕복 비용이 싱가포르의 하루 숙박비보다 저렴했고, 7~9만 원 정도면 방 두 개, 거실, 주방이 있는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고 쾌적했다. 덕분에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아주 살짝(?)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을 즐기기보다 조용히 공부와 일만 하러 갔던 터라, 못 가본 곳이 많다. 특히 밤에 야시장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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