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아이들이 일찍 나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동안 말랐던 땅들은 비를 만나 환호한다.
창문을 열어젖히며 나도 환호한다.
와! 혼자다.
스읍.
숨을 크게 들이마셔본다.
젖은 흙냄새가 코끝을 자극시킨다.
좋다.
아무도 없는 이 순간.
고요함.
평온.
촉촉한 공기까지도.
지금을 오롯이 즐기고 싶어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렸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플레이 리스트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책과 키보드. 완벽한 순간이다.
완벽한 인생은 있을 수 없지만 완벽한 순간은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완벽하다.
찰나니까.
사진은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이다.
다만 지속되지 않을 뿐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삶 속에서 완벽한 찰나의 순간은 내게 쉼이자,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