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족과 딩크족, 또는 아직 법제화가 요원하지만 동성결혼이 나 생활동반자 제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 또는 결혼제도 너머에 있는 새로운 파트너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은 꽤 오래전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꽤 뒤처진 편이기도 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아볼까나?’라고 생각 해본 적이 딱히 없었다. 이성애자였고,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서 른 즈음에 그 타이밍에 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결혼은 미친 짓’이 맞았다. 왜 미친 짓이었는지 구구절절 증명하며 떠드는 일이야 쉽다.
혹은 그것은 꽤 식상한 부연설명이나 하소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 든 여러분은 아마도 아시리라. 이 결혼생 활이 진부하고, 재미없고, 미친 짓이란 것 따위를 증명하려고 이 많은 지면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 한 권을 낸 것은 아닐 테니 까. 게다가 나의 하소연은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맛이 있달까. 남편 뒷담화로 끝나지 않고 뼈를 깎는 자아성찰로 나아갔달까. 아무튼, 여러분의 깨알 웃음과 공감을 위해 잠시 뒤로 미뤄두기 로 하겠다.
자전적 고부갈등 경험에 관해 쓴 나의 첫 책 『님아, 그 선을 넘 지마오』가 출간되고, 몇 달이 지나서야 책을 제대로 펼쳐보았다. 그런데 분명 당시엔 최선을 다했던 내 글을 보면서 나의 머 릿속은 새로운 물음표로 가득 차 버린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내 책을 페미니즘 책으로 홍보하고 있으면서, 어째서 나 는 페미니스트에게 이다지도 박하고 억울하고 시시한 결혼제도 에 대해서 한 치의 의문도 가져본 적이 없었나. (물론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 아이도 존재하지 않았겠지만) 하나뿐인 소중한 딸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어 하는 엄마이면서, 내 엄마의 모진 시집살이를 30년 가까이 보고 살아온 산 증인이 면서, 도대체 왜 나는 고민 한 번 해보지 않고 서른 살이 되자마 자 유부녀의 길로 뛰어들었나. 이것은 쓰지 않고는 풀리지 않을 의문이었다.
최소 3년은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이나 글 따위를 쓰지 못할 것처럼 고갈되고 지친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새하얀 백 지장을 켜놓고 컴퓨터 앞에 앉고 말았다. 책으로 돈을 벌어 입에 풀칠하고 사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극소수이다. 나도 물 론 돈 좋아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 을 푸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결론은 정해놓지 않은 채.
이 책은 결혼해라 말라 하는 책이 아니다. 대학 동기로 처음 만났지만 9년 뒤 연인이 되었고, 속사포로 5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한 이 남자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낱낱이 까발려보고 자 한다. 이미 결혼해버린 서른일곱 살의 저자가 현시점에서 느끼는 결혼제도의 문제나 대한민국 30~40대의 현실감 가 득한 문제를 재미있게 에피소드 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모두가 개인주의자가 되고 결혼제도가 와해되더라도 사회 는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더 가족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가 족을 토대로 서 있는 사회에서 가족의 불행은 곧 사회 전체 의 불행으로 발전한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생률이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 대한 민국, 그 헬조선에서 아이 하나를 낳아 키우고 있는 30대 부 부가 어떻게 결혼에 골인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 며 이 책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단서라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와 같은 70, 80년대생(기혼 또는 미혼) 세 대들이 같이 공감하며 킥킥대고 웃을 수도, 눈물 한 방울 흘 릴 수도 있는 재미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90년 대생과 그 이후의 젊은이들에게 아주 작은 나침반이라도 되 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