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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양댁 Feb 01. 2024

연애 7년, 결혼 1년 차, 임신할 결심 (1)



"그것만 알아둬. 

나는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결혼식 올릴 생각 추호도 없고 

애 가질 생각은 더더욱 없어."




연애 기간만 6년이 되었을 때인가. 


서로 나이도 있고 결혼 이야기를 

조금씩 주고받던 그 시점부터. 



술 한 잔 

걸쭉하게 마시고 

영원한 나의 벗이자 

현 남편인 그에게 

저 말을 수없이 한 거 같다.



그때마다 

그의 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얘 또 시작인가'라는 

표정을 지으며 체념한 듯이 

"알아 들었어. 알겠다고." 

딱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당시에 내 딴에는 강한 멘트를 

내뱉었다고 생각하며 

별다른 코멘트가 없는 

그의 진심을 알고 싶어 

떠보는 질문을 

추가로 해대곤 했는데.



역시나 그는

"네가 싫다는데 어쩌겠어."라는 

말로 할 말을 없게 만들기 일쑤였다.






모든 일을 하기 전에 

스스로가 

설득이 되어야 하는 성격 탓에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결혼식'이란 문화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직장인에게는 

그 누구보다 황금 같은 주말에 

지인, 친척들 다 불러 모아서. 

신랑, 신부는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 

제대로 얼굴도 못 보고. 



공장 찍어대듯이 식 올리고 사진 찍고. 

그래놓고 견적은 수 천만 원. 


지인, 친척 하객으로 갔을 때부터, 

친언니 결혼식의 직계 가족으로 

참석했을 때까지 나에게는 

'결혼식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 것인가' 

계속 의문투성이였다.






이런 나의 강한 불만은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주구장창 표출한 거 같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한바탕 하기도 했고 

내 편은 없다며 

억울함도 많이 표출했지만

결국엔 엄마의 말 한마디에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 엄마, 아빠 세대에게도 

너희 세대가 

그리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관(또는 신념)이 있어.


한 번쯤은 이해 또는 

귀 기울여 들어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봤니? 


지금 너는 

너의 가치관만 

무조건 옳고 

무작정 따라 달라고 

우기고 있는 꼴이야.



너의 배우자가 될 사람도 

결혼식을 원하고, 

양가 부모님도 원하고, 

너의 벗은 그 집에서 첫째이고.

결혼도 처음이라 

언니 결혼식을 치른 

우리 상황이랑도 다른데. 


그저 

너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군다고 

생각은 안 해봤니? " 



그녀의 매서운 한마디에 

열변을 토하던 입은 

순간 꿀 벙어리가 되었다.



엄마, 아빠 세대의 

가치관(또는 신념)에 대해서는 

사실 이해하려고 한 적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만 한다'라는 

그들의 생각을 

꼰대 관점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들이 살아온 사회, 문화, 환경 등을 

깡그리 무시한 채 말이다)






왜 그들 세대가

 '결혼식'이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의미에 

그리 집착을 하는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리 우기기만 할 수 있었을까. 


괜스레 머쓱한 마음과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게 남들이 하는

 '결혼식' 정석 코스대로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고. 

7년간의 연애 기간을 마침표를 

찍는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백 프로 스스로 설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이곧대로 할 사람이던가.


청개구리 심보가 백분 발휘되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결혼식 구성으로 그득 채워

소심한(?) 저항의 제스처를 

결혼식 당일까지 보여줬지 아니한가.



몇백 장씩 찍고 버려지는 

청첩장은 재활용 잘 되는 

에코 청첩장으로 제작하기


웨딩사진 패스하고 

셀프 사진 및 어릴 적 사진으로 

청첩장용, 결혼식 영상용 사진 대체하기


부케는 

남, 여 상관없이 랜덤으로 던지기 

(부케 받은 하객 가운데로 모셔서 

사진 찍기 및 부케 말려서 돌려주기 금지)


피로연 때 한복, 드레스 대신 

투피스 정장 입기



나의 청개구리 구성을 눈치챈 몇몇은

 '참 너답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별 사고와 불만 없이 

모두가 웃으며 

결혼식을 끝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

.


그렇게 22년 1월, 

우리는 연인에서 정식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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