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독한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그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작된
우리의 공동육아.
3개월로 예정된 벗의 육휴가
오늘로써 3개월째 되는 날이다.
그저 치유의 과정이 되겠거니
단순히 생각했던 그와의 공동육아가
생각보다 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으로
가득 차는 날이 많았다.
벗이 육휴를 쓰고 처음으로
같이 맞이하는 첫 월요일 아침.
(작년 11월 27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창
새벽 수유를 하고 있을 때라
그날도 어김없이
잠을 잔 듯 안 잔 듯 비몽사몽 하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옆자리에서
아직 새벽에 다 골지 못한 코를 골며
깊이 자고 있는 벗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원래 같으면
벗은 진작에 씻고 나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오전마다 눈을 뜨며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두려워하며
그의 출근 준비 소리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고는 했는데.
그날 아침에는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몇 번 외쳤는지 모른다.
그동안
어린아이를 혼자 오롯이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꽤 컸었나 보다.
그와 함께
3개월간 공동육아를 하며
제일 좋았던 점은 크게 3가지였다.
(주 양육자가 아닌) 배우자의
'양육'에 대한 관점 변화
아이 정서 발달 영향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점
3가지 중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주 양육자가 아닌) 배우자의
'양육'에 대한 관점 변화다.
"'육아'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퇴근하고 잠깐,
주말 이틀
육아 도와주는 거?
그걸로 육아를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없을 거 같아."
"당신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100% 이해가 가네."
공동육아를 시작한 후
약 1개월이 지났을 때인가.
그날도 하루 종일
하양이의 안아병+칭얼거림으로
둘 다 손목이 너덜너덜 해지며
교대로 아이를 안아주고 있을 때였다.
벗의 입에서 딱 저 3 문장이
연달아 터져 나왔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육휴 전에는 회사 다니면서
힘은 들지만 이 정도는 쳐낼 수 있다며
'육아'에 꽤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는데.
(실제로 수월하게 쳐내는듯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24시간 밀착 육아를 시작한 지
딱 1개월 되던 때에 그의 입에서
내가 생각했었던 말을
그대로 내뱉고 있다니.
배꼽을 잡고 한참을 깔깔대고
웃는 내 모습에 어리둥절한
벗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주 양육자가 아니었던) 그가
주 양육자인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 포인트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