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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둘째는 없다
'옛날' 엄마를 바라보는 '요즘' 엄마
(f. 요즘 엄마 씀)
by
하양댁
Feb 27. 2024
산후조리원을 나온 후
약 2개월 동안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엄마가 해주는
따스한 밥 얻어먹으며
간간이 육아 도움도 받고
맘 편하게
그냥 두 다리 쭉-펴고
푹 쉬다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첫날부터
육아서,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온갖 정보로 무장한 '나'와
육아 경력직 '엄마'와의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엄마: 너는 애를 다 벗겨놓고...
그러다 감기 걸려!
빨리 담요라도 덮어줘!
나: 아니, 엄마!
실내 적정 온도가
22도 정도면 돼요.
아기는 너무 덥게 키우면
태열 올라온다고요!!
출산 전 습득했던
여러 정보를 기반으로
잠자는 아기방을 세팅하고
아기 옷매무새를
만족스럽게
정리하고 돌아서면,
언제 들어가셨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엄마만의 방식으로
아기방의 환경,
아기 옷매무새를
바꿔 놓고는 했다.
그 당시
낮밤을 토끼잠 자는
하양이 때문에
심신이 매우 지쳤었던 나는.
살기 위해
아기가 낮, 밤 구분이
가능해진다는
6주 차에 접어들자마자
바로 '수면 교육'에 돌입했는데.
우리 둘의 신경전은
'수면 교육'을
시작하면서부터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직접 찾아본
'수면 교육법'은
크게 3가지 정도였고
(퍼버법/안눕법/쉬닥법)
관통하는 메시지는
모두 똑같았다.
'아이가 스스로 등대고
자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육자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아이 스스로
잠들 수 있게 습관을 잡아주는 게 필요했다.
'으아아아앙-'
엄마: 얘는!!
아기 울리면 성격 나빠져.
얼른 안아줘!
나: 엄마아아! 제발요!
아기도 혼자 자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니까요.
엄마: 저렇게 어린 아기한테
혼자 자라고 하다니.
엄마가 안아서 재워줄 테니
넌 그냥 들어가서 쉬어!
그저 수면 교육을
시작만 할라치면
엄마는 쪼르르 달려와
어느새 본인의 딸을
매정한 엄마로
만들기 일쑤였고.
과거 수술해
성치도 않은 팔로
손주가 행여 성격 나빠질까,
잠에 못 들까
걱정이 되어
매번 안아주려 하셨다.
하루는
정말 궁금해서
밥을 먹다 물었다.
'엄마, 우리 키울 때 이렇게
하루 종일 안고 키웠어요?'
'그럼! 그때는...
(한참 생각에 잠기시더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키워냈는지 싶네.
엄-청 힘들었지'
엄마가
우리를 키울 시절에는
육아 전문가는 무슨,
제대로 된
육아 서적조차도 없었고
젖병 세척기, 소독기,
기저귀 갈이대 등
요즘 엄마들에게
육아 필수 템이라고 하는
아이템은
전무후무했다고 한다.
(기저귀도 천 기저귀로
무조건 썼다고)
가까이 살았던
시어머니의 육아법을
그저 지침 삼아
그게 의학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리원이 아닌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께
산후조리를 받았고,
천 기저귀를 사용했기에
아이가 잘 시간 짬을 내
수북이 쌓인
기저귀를 매번 손빨래를
해야 했으며,
분유는 생각조차 안했고.
모유 수유만 무조건
해야 되는 줄 알았단다.
(모유가 안 나오는 분들은
실제로 젖동냥? 도
많이 하셨다고)
새벽 출근하는
아빠의 아침밥을
차리는 것은 덤이었고...
그 당시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엄마의 마지막 말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고.
엄마도
사람인지라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으셨다고 한다.
(나 같음 벌써 도망쳤...)
그런 엄마가
작년 3개월 차로 출산하고
번갈아가며 본인 집에서
산후조리하며 육아하는
두 딸들을 보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즘'
엄마들의
육아 템, 육아법을 보며
'참 아기 키우기
새삼 편해졌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구매하는
육아 용품 하나하나
물어보시며 너무 신기해하셨고
신생아 때부터 수면 교육, 애착 형성 등
그런 교육을 해야 되는지 몰랐다고
관심 있게 지켜보시고는 했는데.
'요즘'
엄마의 육아법에
그럭저럭 설득되셨나 싶다가도
뒤돌아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방식으로
육아를 하고 있던 우리 엄마.
찌릿-하는 내 눈빛에
"이렇게 키우고도
너네 다 잘 컸어!!"
큰소리를 내시고는
휙- 돌아서시고는
했는데.
우리가
그 증명이 되기에.
사실 더는 반박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
엄마가 된 '나'는
어떻게 하면
육아를 하면서
내 몸이 더 편할까,
내 정신이 더 편할까,
그 생각 먼저 하기 바쁜데
'옛날'
엄마들은
그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 모든 것을 감내하셨다니.
엄마가 되고
'옛날'
엄마의
육아썰을
듣고 있노라면
나이 30 먹고도
아직 엄마의 그늘을
자주 찾는 내 모습이
살짝 한심해지기도 한다.
정말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러운
'옛날'
엄마(들).
그냥
내가 더 잘할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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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생 남아를 키우고 있는 30대 마케터 마미입니다. 직접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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