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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Dec 17. 201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


제목을 정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록스타 레니 크라비츠? 네오 록의 아이콘? 싱어송라이터? 멀티 인스트러멘탈리스트?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레니 크라비츠의 음악은 아주 다양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록, 펑크, 소울, 블루스, 힙합, 재즈, R & B, 사이키델릭 등 모든 장르가 그의 음악적 소재가 되고, 존 레넌(John Lennon),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프린스(Prince Rogers Nelson)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 연상되는 아티스트입니다. 


우선 레니 크라비츠의 곡 중 가장 많이 알려진 'It Ain't Over Till It's Over'를 들어보겠습니다.


2집 수록곡으로, 제목이 It Ain't Over Till It's Over, 뉴욕 양키스의 전 포수이자 지도자인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과 같습니다. 요기 베라의 명언에서 따왔다는 건 아니고... 정말 야구는 9회 말 2사 이후에도 깜놀할 상황이 펼쳐지고는 하지요. 가까운 예로 얼마 전 있었던 2015 WBSC 프리미어 모두 보셨잖아요! 저는 생방으로 보지 못했지만 그 감동이 어디 가나요? ㅎㅎㅎ  


각설하고,

레니 크라비츠(Leonard Albert Kravitz)는 1964년 뉴욕에서 유대인 아버지와 바하미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이자 뛰어난 기타리스트, 프로듀서이고 10대에 LA로 이주해 소년 성가대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 등에서 활동, 경험을 쌓으며 여러 악기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NBC 방송국의 프로듀서였고 어머니는 배우였다고 하지요.


그는 자주 비교가 되곤 하는 프린스의 음악을 접하며 뮤지션의 길을 선택하였고, 고교 졸업 후 정규 교육을 포기한 채 로미오 블루(Romeo Blue)라는 예명으로 원맨 밴드 활동을 하였지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부친이 재정적 지원을 허락하지 않아 데모 테이프를 들고 레코드사를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데뷔 앨범 Let Love Rule (1989)입니다.


TV 프로그램 '코스비 가족(The Cosby Show)'에 출연 중이던 배우 리사 보넷(Lisa Bonet)과 연인 관계로 발전해 1986년 LA에서 생활하다가 뉴욕으로 이주, 뜻을 같이했던 리코딩 엔지니어와 데뷔작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듬해 11월 리사 보넷과 결혼하여 1년 후 딸 조 크라비츠(Zoe Kravitz/ 배우)가 태어나고, 이후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사와 계약해 89년 예명을 버리고 실명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지만 여러 장르가 혼합된 이 앨범을 모방작이라며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안겨준 앨범으로써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모든 악기를 완벽하게 연주해 내어 그의 천재성을 알리기 시작하지요.


데뷔 앨범의 타이틀 곡 'Let Love Rule', 2009년에 발매 20주년을 맞이해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밴드 저스티스(Justice) 리믹스 버전 디지털 'Let Love Rule (Justice Remix)'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2집 Mama Said (1991)입니다.


1991년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리사 보넷과 이혼, 4월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Mama Said'는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하게 됩니다. 위에 히트곡 'It Ain't Over Till It's Over'가 수록된 앨범으로, 레니 크라비츠 최고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번 트랙 'Fields Of Joy'도 참 좋은데, 후기 레드 제플린 풍의 곡으로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에서 활동하였던 슬래시(Saul Hudson, Slash)의 기타 솔로가 멋진 곡입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존 레넌의 아들 션 레논도 참여하였지요. (슬래시는 레니의 학창 시절 절친으로,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 2위, 1위는 지미 헨드릭스, 2011년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100대 기타리스트 중 65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3집 Are You Gonna Go My Way (1993)입니다.


완성도, 상업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세 번째 앨범입니다. 혹평으로 일관했던 평론가들에게조차 변화를 준 앨범이고, Australian ARIA Albums Chart, UK Album Chart 각각 1위, Billboard 200 12위를 기록,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과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송', '최우수 록 보컬' 부문을 수상합니다. 


타이틀 곡인 1번 트랙 'Are You Gonna Go My Way', 레트로 록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곡입니다.

(레트로란 'Retrospect'의 준말로 회고, 회상의 뜻.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패션과 음악 등에 널리 쓰이며 명사화되었습니다.) 음... 첫 트랙이 강렬하다 보니 나머지 곡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묻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뮤비에 범상치 않은 포스의 드러머 보셨나요? 바로 카를로스 산타나의 부인 신디 블랙맨입니다. 현란한 기타 연주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빛을 발하는 그녀가 정말 멋지네요!




4집 Circus (1995)입니다.


세 번째 앨범 발매 후 2년 만에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 무렵 크라비츠의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앨범을 발표한 후 12월에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앨범 명과 같은 2번 트랙 'Circus', 왠지 앨범 커버와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 신비스럽기도 하고 어둡고 우울한 느낌입니다.  






5집 5 (1998)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평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앨범 판매량은 대단했다고 하니 평가와 인기도는 별개인가 보네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는데, 미국 투어 중 크라비츠가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여름날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다가 일사병으로 그만...


네 번째 싱글로 발표되었던 8번 트랙 'Fly Away'는 그의 명곡 중 하나로 UK Singles Chart 1위, U.S. Billboard Mainstream Rock Tracks 1위, U.S. Billboard Modern Rock Tracks 1위를 기록하였고, 6번 트랙 'Thinking Of You'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해 부른 곡이고, 딸을 위해 부른 11번 트랙 'Little Girl's Eyes'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Fly Away'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다시 한 번 '최우수 록 보컬'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5집은 오리지널 에디션과 뉴 에디션 앨범이 있는데, 뉴 에디션에는 기존 13곡과 'American Woman', 'Without You' 두 곡을 포함해 발매하였고, 'American Woman'은 캐나다 록 밴드 The Guess Who의 1970년 곡을 커버하여 영화 '오스틴 파워 2'에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되었습니다.




6집 Lenny (2001)입니다.


상업적으로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알찬 곡들(개인적인 생각)로 채워진 여섯 번째 앨범입니다. 앨범의 리드 싱글인 'Dig In'은 2002 NBA 플레이오프 프로모션에 사용되었고, 영화 리터너(Returner)의 엔딩 테마곡으로 쓰였습니다. 그래미 시상식 '최우수 록 보컬' 부문에 4년 연속 수상을 하는 영광을 안게 됩니다. 4년 연속이라니!!


6집 발표 이전 2000년에 히트곡 모음 'Greatest Hits'를 발표하였는데, 신곡이었던 4번 트랙 'Again'으로 Billboard Hot 100 4위, 최우수 록 보컬 상을 세 번째 수상하였지요. Greatest Hits는 10년 동안의 음악 활동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앨범으로 그의 히트곡만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이 앨범이  딱!입니다. 이 밖에 1번 트랙 'BattleField of Love'는 이전의 오프닝 곡 중 가장 강렬한 기타 록을 선보이고, 슬로우 록 넘버 3번 트랙 'Yesterday Is Gone'은 어쿠스틱 기타가 참 매력적인 곡입니다. 




7집 Baptism (2004)입니다.


3년 만에 발표한 일곱 번째 앨범인데요, 국내 음원 사이트에는 추천 앨범이라고 되어 있고... (커, 커버 때문인가.... )


6집에 이어 7집도 음악적, 상업적으로 크게 성과는 없었습니다. 초기 레트로 록으로 회귀하여 변화를 시도하였는데, 데뷔 앨범을 만들 때의 마음으로 앨범 작업에 임했다고 전해지고요.


첫 트랙 'Minister Of Rock‘N Roll', 5번 트랙 'California', 7번 트랙 'Where Are We Runnin’?' 등 주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로큰롤이지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로큰롤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좀... 힘이 빠졌다고나... 할까요? 이외의 곡은 그냥 팝 발라드의 느낌이고,  11번 트랙 'Storm'은 Jay-Z가 피처링한 곡으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8집 It Is Time For A Love Revolution (2008)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가고 이윽고 7집은 아... 이건 좀....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 해도 7집은 두어 번 듣고 어디에 보관해 두었는지 모를 정도로 잊혔습니다. ㅠ


4년여의 공백기 끝에 여덟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데, 전작과는 사뭇 다른 뜨거운 반응이었습니다. 이전의 명성을 생각하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평단의 껌(?)이었던 7집과는 확실히 변화된 모습으로 잠자고 있던 기대감을 깨워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앨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사랑노래로 채워져 있고, 앨범이 2월에 발매되었다고 하여 발렌타인데이 특수를 노린 것 아니냐는 억지 아닌 억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첫 싱글로 발표되었던 'I'll Be Waiting'은 영화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에 쓰였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복고 발라드 3번 트랙 'Good Morning'도 좋고, 앨범의 타이틀 곡 1번 트랙 'Love Revolution'은 영화 'Made of Honor'의 사운드 트랙으로 쓰였습니다. 참고로, 레니 크라비츠는 영화 음악에도 참여를 많이 했는데요, 1994년 위노라 라이더,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의 사운드 트랙 중 'Spinning Around Over You (9번 트랙)', 청춘 스케치는 영화도 인기가 있었지만 사운드 트랙 역시 유명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2003년 영화 '나쁜 녀석들 II(Bad Boys II)' 사운드 트랙 중 2번 'Show me your soul(P. Diddy, Lenny Kravitz, Pharrell Williams, Loon)'은 피. 디디, 페럴 윌리엄스, 룬이 함께 해 힙합과 록을 적절하게 조합하였습니다.




9집 Black and White America (2011)입니다.


전작의 선전에 힘입어 9집 앨범으로 완전히 재기에 성공했을까요? 크라비츠의 초기 앨범(1집 ~ 3집)에 견줄만한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인트로, 아웃트로 하나 없이 16곡으로 꽉 채워진 것만 보아도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앨범입니다. 물론, 이전에 발표하였던 싱글이 워낙 좋기도 했고요.


8집까지 EMI 산하 버진 레코드에서 발매를 하였는데, 9집은 '메탈의 성지'라 불리는 로드러너 레코드(Roadrunner Records)에서 발매하는 첫 작품입니다. 인종 구분 없는 인류애적 사랑을 가사에 담고 있는 'Black And White America', 첫 번째 싱글로 발표되었던 2번 트랙 'Come on Get It'은 펑크와 록사운드가 잘 조화가 된 곡이고, Jay-Z가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DJ Military가 함께 한 6번 트랙 'Boongie Drop'  또 드레이크(Drake)가 피처링한 14번 트랙 'Sunflower'도 손에 꼽을 만한 곡입니다. 




10집 앨범 Strut (2014)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가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앨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레니 크라비츠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복고적 톤을 아주 잘 담아내었지요.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과 피트 무어(Pete Moore)가 쓴 곡인 마지막 트랙 'Ooo Baby Baby'를 제외한 전곡을 크라비츠가 썼음은 물론, 늘 함께하는 기타리스트 크레이그 로즈(Craig Ross) 파트 외에 대부분 크라비츠가 직접 연주를 소화해냈습니다. 'Ooo Baby Baby'는 린다 론스타드(Linda Ronstadt) 버전으로 유명하며 여러 가수가 커버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소울 충만 록 넘버로 앨범의 첫곡을 장식하고, 크라비츠스러운 매력적인 2번 트랙 'The Chamber', 세련미 넘치는 4번 트랙 'New York City' 등 그의 능력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인기에 비해 평론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아냥이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모작이라는 거였지요. 로큰롤이라는 장르가 흑인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건 사실입니다. 초기 로큰롤을 유색인종을 가리키는 레이스(race), 즉 흑인음악을 'race music'으로 분류했으며, 백인의 리듬 앤 블루스를 로큰롤이라 칭했으니까요.


2012년 내한한 레니 크라비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록은 주로 백인들로부터 환영받는 음악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로큰롤의 뿌리는 흑인 노예들의 블루스입니다. 록은 흑인 문화의 전통에서 태어난 음악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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