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는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을 좋아해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은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록 밴드입니다.
북아일랜드의 뮤지션이 누가 있나요? 2011년 사망한 게리 무어(Gary Moore), 국민 가수 밴 모리슨(Van Morrison) 외에 딱히 생각나는 록 밴드는 없습니다. - 참고로 U2, 크랜베리스, 스크립트 등의 록 밴드로 유명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다른 나라이지요. 아일랜드는 독립된 하나의 국가이고,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있고요. 영국의 정식 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잉글랜드 + 스코틀랜드 + 웨일스 + 북아일랜드)입니다. -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개막 축하 공연에 스노우 패트롤이 참여하였는데, 북아일랜드 대표 자격으로 공연하였습니다. 록의 본고장답게 영국의 각 지역 별로 대표 록 밴드가 하나씩은 있지요. 잉글랜드는 셀 수도 없이 많고, 스코틀랜드에는 트래비스(Travis), 웨일스에는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가 있지만 북아일랜드에는... 마땅한 뮤지션이 없...
구성원은 개리 라이트바디(Gary Lightbody, 보컬, 북아일랜드), 폴 윌슨(Paul Wilson, 베이스, 스코틀랜드), 조니 퀸(Jonny Quinn, 드럼, 북아일랜드), 네이선 코널리(Nathan Connolly, 기타, 북아일랜드), 톰 심슨(Tom Simpson, 키보드, 스코틀랜드)이라고 검색하면 이렇게 다섯 명의 멤버가 나오는데, 톰 심슨은 2013년까지 함께한 뒤 탈퇴하였고, 조니 맥데이드(Johnny McDaid, 피아노, 기타, 북아일랜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투어 세션이었다가 정식 멤버가 되었습니다. (키보드 톰 심슨 역시 1997 ~ 2005년까지 투어 멤버)
얼터너티브 록이 한참 유행하던 90년대에 던디대학(University of Dundee) 학생이었던 개리 라이트 바디와 마크 맥클레랜드(Mark McClelland), 마이클 모리슨(Michael Morrison)이 쉬러그(Shrug)라는 3인조 학교 밴드로 활동하다 이미 다른 밴드가 쓰고 있어 폴라 베어(Polar Bear)로, 다시 드러머 조니 퀸을 영입해 1997년 밴드 명을 스노우 패트롤로 바꿉니다. 활동 시기가 말해주듯 2011년까지 여섯 장의 앨범을 발표한 베테랑 밴드입니다. 최근 활동으로는 댄 메이저(Dan Mazer) 감독의 영화 'I Give It a Year (2013)'의 사운드 트랙에 참여하였습니다.
먼저 스노우 패트롤 하면 가장 많이 알려진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 'Chasing Cars'가 떠오르는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시즌 2 마직막회에 쓰여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 팬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노랫말 속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곡의 내용은 간절하게 바라는 사랑입니다. 차를 쫒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것을 쫒아간다는 의미인데, 어린 시절 어느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 라이트바디에게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조언했다고 하지요.
You're like a dog chasing a car. You'll never catch it and you just wouldn't know what to do with it if you did. 사랑에 빠지는 건 마치 개가 자동차를 쫒는 것과 같아. 절대 잡을 수 없고, 잡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야.
If I lay here If I just lay here, Would you lie with me And just forget the world
만약 내가 여기 누우면 그저 내가 여기 눕는다면, 나와 함께 누워 세상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나요
Those three words are said too much They're not enough
그 세 단어(I love you)를 너무 많이 말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정말 가사가 멋지네요!
1996년에 마이클 모리슨이 탈퇴, 현재 멤버인 드럼 조니 퀸을 영입해 데뷔 앨범 Songs for Polarbears (1998)를 인디 레이블 짚스터(Jeepster Records, Belle & Sebastian의 소속사로 유명합니다)에서 발매하여 평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만 별다른 이목은 끌지 못했습니다. 이후 인디 음악의 본고장 글래스고(Glasgow)에 연고를 두고 닐 영(Neil Young), 로 발로(Lou Barlow) 등의 곡을 커버하며 투어에 나서게 됩니다.
두 번째 앨범 When It's All Over We Still Have to Clear Up (2001), 데뷔 앨범을 발표할 때와 같은 멤버에 키보드 톰 심슨이 합류, 역시 같은 인디 레이블에서 2집 앨범을 발매합니다. 2001년 발매 앨범은 총 14곡으로 상업적 실패를 맛보았지만(UK 차트 129위), 2006년 4개의 트랙을 추가해 발매한 앨범은 골드를 기록하게 됩니다.
세 번째 앨범 Final Straw (2003)입니다.
2002년 현재 멤버인 기타 네이선 코넬리를 영입해 드디어 스노우 패트롤을 알리게 되는 3집 앨범을 발표합니다. 이 앨범은 음악적 견해 차이로 소속사를 떠나 유니버설 산하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하게 되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둡니다.
먼저 들어보아야 할 곡은 두 번째 싱글 커트된 7번 트랙 'Run', 이들의 매력을 한껏 표현한 곡이자 스노우 패트롤을 알리게 되는 곡으로 2008년 리오나 루이스(Leona Lewis)가 커버해 데뷔 앨범에 수록하였는데, 영국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며 리오나 루이스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리게 되지요. 밝고 경쾌한 사운드에 첫 싱글 5번 트랙 'Spitting Games'도 무척 좋고, 타이틀 곡인 2번 트랙 'Wow' 역시 흥겨운 전자음이 잘 어우러진 곡입니다.
네 번째 앨범 Eyes Open (2006)입니다.
위에 그레이 아나토미 사운드 트랙으로 쓰인 3번 트랙 'Chasing Cars'가 수록된 앨범으로, 원년 멤버였던 마크 맥클레랜드가 탈퇴, 그 자리에 현재 멤버 폴 윌슨이 들어와 5인조 체제로 4집 앨범을 발표합니다.
전작이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이들을 메이저 스타로 만들어준 앨범이었다면, 네 번째 앨범은 한층 짜임새 있는 곡으로 채워진 완성도 높은 앨범입니다. 빌보드 앨범 차트 5위, 음원 사이트 다운로드 1위 그리고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매거진이 선정한 '2006 베스트 앨범 Top 1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선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Chasing Cars'와 첫 싱글이자 타이틀 곡인 1번 트랙 'You're All I Have', 포크 록 가수 마사 웨인라이트(Martha Wainwright)가 참여한 8번 트랙 'Set The Fire To The Third Bar' 그리고 다섯 번째 싱글 곡 10번 트랙 'Open Your Eyes'는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3 등 여러 드라마에 쓰였습니다.
5집 A Hundred Million Suns (2008)입니다.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 2년 만에 5집 앨범을 발표합니다. 스노우 패트롤의 음악을 들어보았다면 금방 이들의 앨범임을 알 수 있는데, 다시 말해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그대로 이어지고, 이것은 곧 지루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첫 번째 싱글 곡 3번 트랙 'Take Back The City'와 6번 트랙 'Please Just Take These Photos From My Hands'는 경쾌하고 가벼운 모던 록의 느낌이, 7번 트랙 'Set Down Your Glass'와 네 번째 싱글 커트된 8번 트랙 'The Planets Bend Between Us'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개리 라이트바디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잘 어울립니다. 마지막 트랙 'The Lightning Strike'는 3부작(1. What If This Storm Ends?, 2. The Sunlight Through the Flags, 3. Daybreak) 16분이 넘는 대곡으로 단연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고요. 싱글 버전인 The Lightning Strike (What If This Storm Ends?)는 2013년 영화 'Epic'의 트레일러로 쓰였습니다.
Fallen Empires (2011), 여섯 번째 앨범입니다.
전작의 흐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앨범이며, 변화가 있다면 오케스트라를 적극 활용해 웅장해진 음악입니다. 스노우 패트롤의 음악을 듣게 된 계기는 3집의 'Run'을 듣고 보컬의 음색이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하여 관심을 갖게 된 밴드이고, 'Run' 역시 5집 발매 이후에 알게 된 곡으로 데뷔 앨범부터 순서대로 들었을 때의 느낌은 고만고만, 비슷비슷... 이런 느낌이었는데 저는 그 고만고만, 비슷비슷한 느낌이 어느 순간부터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첫 싱글 커트된 2번 트랙 'Called Out In The Dark', 톡톡 튀는 기타 스트로크와 라이트바디의 감미로운 보컬, 중독성 있는 훅이 아주 기분 좋은 곡이지만 반면 연주가 조금 묻히는 듯합니다. 웅장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두 번째 싱글 곡 4번 트랙 'This Isn't Everything You Are', 눈경찰표 발라드 8번 트랙 'Lifening', 9번 트랙 'New York', 11번 트랙 'Those Distant Bells' 등이 수록되어 있고, 'New York'은 또다시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8 에 쓰였으니, 선곡 담당자가 스노우 패트롤 팬인가 보네요.
음악은 각자의 취향입니다. 어떤 사람은 '80년대는 음악의 암흑시대'라 말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80년대 음악이 최고이고, 90년대 음악은 커트 코베인이 다 망쳤다'고 말합니다. 커트 코베인의 죽음과 함께 그런지가 시들해지고 영국이 만든 - 그런지에 대항해 무척이나 밀었던 - 브릿팝 광풍이 불어오지요. '록' 대신 '팝', 가볍고 대중적인 브릿팝 시장의 엄청난 인기에 편승해 앞다투어 수많은 밴드가 뛰어들었으나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밴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라디오헤드는 브릿팝 밴드가 아니지요. 한 번도 주류를 답습한 적 없으며, 경계를 뛰어넘어 늘 그들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입니다.)
스노우 패트롤 역시 위 시기에 결성하여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지만, 천천히 이들의 위치를 구축해 나가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이들의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반전 없는 음악 스타일일 거예요. 무리하게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스노우 패트롤 표 음악 - 한동안 '콜드플레이(Coldplay) 류'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 을 지향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록 밴드'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