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스토리
10월 연휴의 끝자락. 연휴 시작 전에는 오랜만에 맞이하는 일주일도 넘는 이 시간이 무언가에 지쳐있는 몸과 마음의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시간이 충분히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처받고 지쳐있는 내 마음이 회복되지는 않았을 거 같다.
회사라는 곳에 소속되어 일을 한지 만 11년이 넘었다. 창의적인 일을 한다거나 엄청 부지런하게 없는 일도 만들어내며 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일을 책임감있게 끝까지 완성하는 일 하나는 잘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차가 이쯤되면 조직생활을 얼마나 길게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일 것 같다. 유교문화가 베이스인 한국에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생계에 대한 책임감을 더 많이 짊어지고, 이를 위해 직장생활을 더 오래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실제 주변인들과 대화를 하고, 직장에서 살펴보아도 남성들은 일을 평생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next step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고민한다면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조금 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온지 2,3년 만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며, 일과 양육을 하는 와중에 느끼는 불안감이 늘 근저에 있었고 그런 것들이 현재의 직업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막 힘들여 일하고 싶지 않고, 조직에서 엄청난 인정을 원하지도 않는다. 단지 나의 자리에서 소소하게 내가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받고, 내 직분에 맞는 인정을 받으며, 적당한 워라벨을 맞추어 길게 일하고 싶은게 사회초년생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온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준비를 해야할 거 같은 마음이 든다. 지금과 같은 안이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회사가 나를 바라보지 않을 것 같고, 이직을 해야하거나 퇴사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앞이 막막하다. 경제적인 이유도 없다고 하진 않겠지만, 그냥 내 자신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의 나는 내가 엄청 나의 일을 사랑하고 올인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을 그만 해야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나는 일하고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두뇌를 가졌는데, 나에게 계속 주어지는 일이 없다면 아마 나는 정말 아무것에도 쓸모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릴 것 같다. 쓰레기 같은 감정을 갖고 살 생각을 할 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회사에서 위로 갈 수 있게 조직에 충성하며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것이냐, 퇴사 후의 다른 삶을 준비해볼 것이냐라고 질문하면 솔직히 나는 전자가 나에게 더 수월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중적이게도 그러고 싶지 않은 이 마음... 만년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일 하면 안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