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 가족

by 화이트스콘

나에겐 세살 나이 터울이 있는 작은 언니가 있다. 나는 빠른 년 생이기 때문에 학년으로는 2학년 차이이다. 육 남매 중 둘째인 작은 언니는 우리 집에서 가장 왜소한 체구를 가졌다. 그에 비해 큰 언니는 170이 넘는 키에, 다소 큰 체격을 가지고 있다. 체구도 작지만 키도 작은 작은 언니는 큰 언니와 셋째인 나 사이에서 기를 제대로 피지 못하고 지냈었나보다. 늘 본인은 나에게 언니 대접을 못 받았다고 불만이었던 작은 언니는 언제부턴가 나와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지 않았는데, 나는 그것이 그 언니의 성향이고, 생계로 인해 바빠서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최근 언니와 말다툼 아닌 다툼을 했던 것 같다. 시작은 조카였다. ADHD 소견을 들은 조카는 최근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요즘 알파세대들이 ADHD 검사를 요즘 많이 해서 발병률이 높아보이고, 그것이 치료되어야 하는, 치료될 수 있는 질병으로 보일 뿐이지 사실 전국민을 대상으로 ADHD 검사를 하면 3-40%는 해당할 수 있을만큼 ADHD가 흔한 성격적(?)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이도 검사를 받은 적이 있고, 경계에 해당하였지만 나는 결국 ADHD는 지속적인 훈련과 노력으로 극복해야한다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이진 않았다. 시작은 안부전화로 시작하여, 언니가 먼저 조카랑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아이의 근황에 대해서 물었다. 작은 언니의 아이는 초2인데, 참 똘똘한 아이이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고, 고집이 무척 세다. 언니는 아이에게 엄하게 대하지 못하고,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이 센 것을 힘들어 한다. 그날도 그랬다. 통화 중에 아이가 엄마가 전화를 하고 있는데 계속 말을 걸며 놀아달라고 보챈다. 작은 언니는 몇번 대답을 해주다가 엄마 통화 끝나며 놀아줄게 이 한마디를 못하고 통화에도 집중을 못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거에는 충실한건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었다. 아이 치료를 받으며 아이 양육을 위한 본인의 우울증 치료를 같이 받는다는 언니에게 내가 말했다.

나: "언니, 이런 상황에 아이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못하는 것도 한번 물어봐봐."

언니: "왜?""

나: "아니, 언니가 아이에게 그런 말 하는게 힘들다며, 아이도 이제 2학년이나 됐는데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언니: "나는 별로 그래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 "근데 언니 아이 위해서 치료 받는다면서, 아이가 좀 인내심을 갖고 자기 위주로 행동 안하고 이런 상황에는 좀 기다리는 것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집에서 훈육을 그렇게 안 하면 밖에서도 그럴거 아니야."

언니: "나는 별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나: "근데 전화하면서 그러는거는 상대한테도 예의가 아니지 않아?"

언니: "아니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아이가 먼저인데?"

뭐 이렇게 전화를 끊고 언니는 나에게 불쑥 문자를 보냈다.

"너가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올 때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너에게 조언을 구하려 한 건 아니니까 다시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아... 이 문자를 처음에 받고는 자기 표현을 잘 못하는 언니가 이제 자기 표현을 하는구나 치료를 받으면서 나아지는건가?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내 나를 늘 왜곡해서 생각하는 언니에게 서운함이 폭발하였다.

"언니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그런데 언니 언니는 내가 말할때마다 늘 상처받았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그러는 걸 보면 우리는 너무 다른가봐. 언니가 모르는 거 같아서 얘기하는건데 나도 상처받아."

정말 눈물이 쏟아져 흐르는데, 매번 나를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혀를 끌끌 차는 듯한 모습의 언니가 그려지면서 진짜 이 사람은 가족이지만 나랑 정말 안 맞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인연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정말 끈끈한 가족이다. 80년대 가족계획운동이 있었던 시절 육남매를 키우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50년대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늘 "열 손가락 꺠물에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너희들이 크면 다 비등비등하게 살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는게 부모의 마음이다."라고 말씀하시던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작은 언니와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될 것 같지만, 벌써 두세달 전의 일인데 그 이후로 한번 연락 없고 그 일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언니를 생각하니 솔직히 내가 나의 어리석었음에 치가 떨린다. 이미 그 언니는 아마 몇년 전부터 나를 가족이 아니었으면 상대 안했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그렇게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서야 다시 떠오르는 작은 언니와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집문제, 전기차, 여행소재 이야기 등) 그때의 언니의 리액션이 나를 후회스럽게 만든다. 그래도 여전히 언니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이 힘들고, 눈물이 나는 것은 내가 언니를 싫어하는게 아니고 미워해서 그런가보다.


"싫어하는 건, 생각이 안나서 좋은거고, 미워하는 건, 생각이 나서 힘든거야."

-은중과 상연 중-


은중과 상연의 그 미묘한 관계를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더라. 여자들만 느끼는 그런 감정인가...?

뭐 언니와 내가 그런 미묘한 관계라는 건 아니다. 그 정도로 친밀하지 않다. 그냥 나란 사람이, 그 언니란 사람의 감정선이 각자가 가진 감정선이 미묘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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