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NS를 안 합니다.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사회관계가 좁다 못해 아예 없을 지경입니다. 카톡도 가족들과만 해요. 제게 핸드폰은 시간을 보는 시계일 뿐이에요.
그런 제가 지난주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혼자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나이가 40에 접어드니 처음 시작하는 것들은 뭐든지 버벅 거리게 되네요. 피드라는 단어도 어색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과정도 생소했습니다. 그래도 일기 쓴다는 마음으로 매일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썼습니다.
가끔 '좋아요'가 눌러졌지만, 물건을 파는 회사 계정이었고요. 팔로워가 한 두 명 생겼지만, '재택근무를 원하십니까?'라는 문구의 광고성 계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메시지가 왔습니다. 인스타에 메시지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비행기 모양에 빨간 점이 떠있길래 뭔가 했더니 저에게 온 메시지였습니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고 인스타그램에서 온 첫 메시지였기에 설렜습니다.
젊은 여자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였습니다.
소셜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메시지였습니다.
20대 청춘끼리 모여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아리였어요.
마흔 살인 저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습니다.
소셜 동아리. 가치 공유. 소통. 모두 처음 듣는 단어였습니다.
낯설고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았지만, 우선은 '20대'라는 단어에 입술이 슬며시 올라갔습니다. 저를 20대로 알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에 혼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상대방은 제 모습을 모릅니다. 제가 올려놓은 책 사진과 글만 보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 게시글 분위기가 20대 느낌이 났다는 이야기겠죠. 그냥 기분이 좋더라고요.
상대방은 저의 본모습을 모릅니다. 온라인 상에 나타나는 제 분위기만 알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30대 초반이라도 괜찮으니까 같이 소통하자는 내용을 읽고 나니, 진짜 내 모습이 20대 혹은 많아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듯했어요. 저 혼자 신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가슴도 콩닥거렸습니다.
큰 아이가 중학생인 마흔 살 아줌마라고 메시지에 썼다가, 다시 지웠습니다. 그냥 '나이가 더 많습니다.'라고만 대답하고 얌전히 끝냈어요. 상대방에게 계속 젊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20대 젊은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실제 제 모습은 '저녁 식사 설거지를 하고 있는 40살 아줌마'였습니다. 저도 20대의 금요일 저녁에는 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제 할 일 하며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년 후인 저는 아이들과 남편의 저녁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하며 뒷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20대인 상대방은 동아리원을 어떻게 모집하나 고민할 때, 40대인 저는 내일 아침 반찬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20대라면 상대방의 메시지에 반갑게 응하며 동아리 활동을 했을까요? 제가 너무 몰라서 그러는데, 요즘은 이런 게 옛날의 '도를 아십니까?' 같은 건가요? 제가 말 잘 듣게 생겨서 그런지, 도를 아냐면서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신 분은 그냥 일상생활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메시지 하나로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20년 전의 제 모습도 다시 한번 돌아보고, 흰머리가 없는 젊었을 적의 부모님도 떠올려보고. 지금의 제 모습도 돌아보았습니다. 반찬 투정하는 막내 때문에 조금은 짜증이 났던 평범한 금요일 저녁이 특별한 하루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