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by 온화


가끔씩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모두 하기가 싫고 기운 떨어지는 날이요.


이런 날은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이 들고, 매일 해야 하는 일들도 가까스로 해냅니다. 예전에는 이런 슬럼프를 이겨내 보려고 몇 가지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저한테만 맞는 해결법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책 읽기를 좋아해서, 의욕이 없는 날은 동기부여가 되는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언제까지 축 가라앉아 있을 거냐고. 이제 힘내라고. 번쩍 정신이 들게 해주는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어릴 때는 나름 효과가 있었습니다. 흐리멍덩했던 눈이 번쩍 뜨였으니까요. 축 늘어져 있던 몸에도 기운이 나고요. 그런데 이게 나이가 드니까 약효가 떨어지더라고요. 지금은 동기 부여는커녕 그 책을 쓰신 작가님을 비판하게 되더라고요. 마음가짐이 평소와는 정 반대로 확 비뚤어집니다. 예전에는 그냥 슬럼프만 왔는데, 요즘에는 불만과 비판이 가득 찬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평소와 다른 비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온갖 것이 다 마음에 안 들어요.



1. 유명인이 브런치 작가가 된 소식을 접했을 때


평소의 저 : 방송일 하기도 바쁠 텐데, 글 쓰는 멋진 취미를 갖고 있네. 글을 쓰면서 자기 치유도 하고 더 성장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


비뚤어진 저 : 뭐야. 유명세로 작가가 된 거야. 쓴 글도 짧고, 구성도 엉성한데. 어떻게 작가 심사는 통과했고, 구독자 수는 잠깐 사이에 몇 천 명이 될 수 있는 거야. 브런치에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저 사람만 계속 광고를 해주는 거야.


2. 인스타에서 젊은 친구들의 글을 봤을 때


평소의 저 : 요즘 친구들은 감성 있는 짧은 글귀들을 좋아하는구나. 싸이월드 생각이 나네. 예쁜 사진과 예쁜 글이 어우러져서 아기자기하네.


비뚤어진 저 : 뭐야. 오글거려. 이런 유치한 글이 뭐라고 이런 낙서를 해놓고 서로 좋다 하는 거야.


3. 독서와 글쓰기 유료 강의를 봤을 때


평소의 저 : 열심히 사시는구나. 이런 콘텐츠로 수업도 가능하구나. 응원해드려야지.


비뚤어진 저 : 뭐야. 능력도 없으면서 이런 걸 돈 받고 가르쳐? 그냥 무료 강의를 해도 들을까 말까 한 구성이구만. 어떤 호구가 이런 걸 돈을 주고 찾아가는 거지? 조금 더 내공을 쌓은 후에 유료로 전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에게 이런 시니컬한 면이 있었는지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슬럼프에 빠지면서 부쩍 비판적인 시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슬럼프가 오면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제하려고 합니다. 평소와 다른 저의 판단 기준으로 잘못된 표현이 표출될까 봐요. 그런데 오늘 비뚤어진 제 모습도 진짜 제 모습의 한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뚤어진 모습이지만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평소의 제 모습과 비뚤어진 제 모습. 한 사건을 두고 생각하는 간극이 너무 커서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만, 비뚤어진 제 모습도 진짜 제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 사람이 내 발을 밟았을 때, 발이 아프고 내 발을 밟은 사람이 미울 수 있습니다. 다만 발을 밟힌 사건이 내가 기분 좋을 때 일어나면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고, 내가 기분 나쁠 때 일어나면 화를 내며 넘어가겠지요.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비뚤어진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곰곰이 살펴보니 평소에도 제가 느꼈던 감정이었습니다. 다만 과격하게 표현되지 않고, 마음이 편하니 두리뭉실 웃으며 넘어갔던 일들이고요. 비뚤어진 제 모습도 진짜 제 모습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니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불평불만 많은 어른을 한 명 더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하기 싫은 문제점이요.


슬럼프가 올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정이 허락된다면 다 남겨놓고 잠깐 동안 훌쩍 떠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온갖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가족. 직업. 굴레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책임져야 할 것들은 책임진다고 생각할 뿐이지요. 많은 분들도 비슷할 거예요. 그러니까 다 제쳐 놓고 용기 있게 훌쩍 떠나는 분들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는 거겠죠. 저 같은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면, 의욕이 떨어지고 슬럼프가 와도 그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이슈가 돼서 이야기가 나올 테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기분 전환하러 훌쩍 떠나지 못하는 저 같은 경우가 일반적인 거지요.


그래서 저는 그냥 묵묵히 계속 할 일을 합니다. 지금도 의욕이 마이너스를 향해 쭉쭉 내려가고 있지만, 그냥 꾹 참고 할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그냥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페이스가 유지되더라고요.


오늘도 의욕이 떨어져서 힘든 분들께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묵묵히 나아가면 활기찬 내 모습도 다시 찾게 되고,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무언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하루도 내 자리에서 파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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