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올해 41살입니다. 40살이 넘은 제가 신입으로 입사했습니다.
마흔이면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을 위치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기사에서 접한 유명한 기업의 인사발령을 보더라도 임원이 되신 분들은 제 나이 또래였습니다. 40대라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을 나이겠지요. 아니면 신입이 아닌 경력직으로라도 입사하는 게 흔한 수순일 겁니다. 하지만 마흔 살이 갓 넘은 저는 이제 신입으로 입사했습니다. 그것도 수습사원으로 입사했어요.
41살인 제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계속 일해왔던 직장인이 아닙니다. 아이가 있는 경력단절 전업주부예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연구소에서 일은 했었지만, 한참 전의 일입니다. 실험 방법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경력이 있다고 내세우기도 애매한 위치입니다. 한동안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집에 보관하고 있던 경력과 관련된 자료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건데, 당장 필요 없다고 왜 버렸을까 잠깐 후회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취직할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우연이었습니다. 평소에 보지도 않던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저희 집 창문에서 보이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연구소였어요. 집과 회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거예요. 이 정도 거리면 회사 기숙사보다도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회사에 다닐 때에는 출퇴근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으니까요.
집 창문으로 연구소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저 회사를 다닐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연구소에서 나를 뽑아줄지 안 뽑아줄지도 모르는데, 이력서나 내고 나중에 고민하자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냥 눈 딱 감고 이력서를 냈습니다. 게다가 이력서를 낸 연구소는 제가 예전에 해왔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였어요. 무슨 용기가 났는지 완전히 다른 분야에 이력서를 내고 있더라고요. 나이 많은 경력단절녀라는 위치로 말이지요.
이력서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면접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흔살이 넘은 저는 13년 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감이 떨어져서 일도 못하고 사회생활도 힘들게 할 줄 알았던 우려와 다르게,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로 인해 머리와 몸이 많이 둔해졌을까도 걱정했지만, 집에서만 있던 10년의 세월이 그냥 버려진 세월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신입이지만 20대 때의 신입과 40대 때의 신입의 차이는 컸습니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어졌고, 사람과의 관계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마흔 살에 새롭게 시작하는 사회생활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나이 많은 막내의 위치가 어찌 보면 껄끄러운 자리일 텐데, 그럭저럭 재미있게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