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때가 있다?

by 온화

학창 시절에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공부는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해라.


나이가 드니 다른 이야기들을 합니다. 공부에는 나이가 없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뭐가 맞는 말일까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매일 수업을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강의실로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했지만. 집에서 수업받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막내 유치원 등원시키자마자 부리나케 책상에 앉았습니다. 지각하면 안 되거든요. 제 수업이 끝나는 시간과 막내 유치원 하원 시간이 맞물려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막내 유치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과제가 많은 날은 잠을 못 잘 때도 있었습니다. 제 과제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거든요.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살림을 해야 가정이 돌아가니까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뒤늦게 제 과제할 시간이 났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되었던 학창 시절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따스한 밥 먹으며, 엄마가 빨아주시는 깨끗한 옷을 입으며 편하게 공부만 하면 되던 그 시절이요.


그리고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몸이 안 따라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슬프게도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몸이 아파서 할 수가 없어요.

저는 매년 공부를 해왔습니다. 저에게 특출난 건 하나도 없어요. 그저 이것저것 궁금한 호기심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배웠습니다.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요. 그래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고, 컴퓨터 화면을 보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허리가 아프고 눈이 아픕니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줘서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벽에 자서 수면 시간이 짧아도, 다음날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잠도 충분히 자야 몸이 버티고, 허리와 눈도 아껴줘야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공부는 때가 있다.'라는 말은 반만 맞는 것 같습니다.


공부야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지요.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배울 수 있는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돈도 많이 안 들어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있고, 무료 수업도 참 많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이다 보니, 한 푼이라도 더 생기면 아이들에게 쓰게 되지 저에게는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료 수업이나,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수업들을 들었습니다. 찾아보면 저렴하면서 질 높은 수업들이 참 많아요.

하지만 주변 여건은 학창 시절 때만큼 녹록하지 않습니다. 공부에만 온전히 신경 쓸 수 없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학업과 직장을 병행해야 하고, 가정이 있는 저 같은 엄마들은 아이들 돌보다가 하루가 다 가버립니다. 몸도 따라주지 않습니다.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공부는 때가 있다.'라는 말은

'나이가 들어도 공부는 할 수 있지만, 학창 시절에 하는 공부가 제일 편하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그래도 학창 시절의 공부는 누군가 등 떠밀어서 하는 공부 느낌인데, 나이 들어 하는 공부는 제가 직접 찾아서 하다 보니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지금도 눈이 뻑뻑하고, 허리가 아프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하고 싶으니까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당장 돈이 안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요. 한때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배우고 자격증도 땄는데, 당장 돈이 들어오는 무언가와 연결되지 않아서요. 이제는 마음 편하게 갖습니다. 배울 수 있을 때 감사하게 생각하며 계속 배우려고 합니다.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지난번 브런치 글에도 썼지만,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지난달 배웠던 내용들도 그동안 제가 배웠던 것들과 연결이 돼서 언젠가는 빛이 날 때가 오겠지요.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난 수업 수료식이 끝난 후, 바로 다음 할 일을 찾아서 매진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꾸준히 그냥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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