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백화점

새우튀김을 찾아서

by 하얀설원

새벽부터 내리는 비 때문인지 9시가 넘어가는데도 일어나기가 많이 귀찮았던 건 사실이다.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게 나를 짓누르는 게으름을 겨우 떨쳐냈더니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모를 곳에서 며칠 전 와이프가 먹고 싶다고 했던 새우튀김이 떠올랐다. 바로 이어서 그 당시에는 떠오르지 않던 새우튀김을 파는 매장의 위치가 불현듯 떠올랐다.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이었다.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로 준비된 퀘사디아처럼 생긴 무언가를 봤을 때 가볍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앞에 주어진 식사를 간단히 마치면서 새우튀김 파는 곳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했더니 와이프의 표정이 환해졌다.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던 이야기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가워서일까.


외출 준비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공용 계단 열린 창문을 통해 들리는 빗소리가 제법 세차다. 우려스러운 마음보다는 비가 오기 며칠 전 셀프 세차장에서 앞유리 유막을 제거했는데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또 기분이 좋아졌다. 방울지지 않는 빗물을 와이퍼가 깨끗하게 쓸어내면 그 자리에 또 내린 빗물이 마치 건조한 종이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유리에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금세 사라졌다.


새우튀김이 목표였지만 백화점에 도착해서 지난번에 와이프가 사고 싶다고 했던 액세서리를 파는 매장을 먼저 찾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번에 봤던 제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시즌의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와이프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의류 매장을 한번 둘러보고 최종 목표인 새우튀김을 사러 지하 식품관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