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더 이상 어떻게 좋아~"

예능을 보고서

by 아임유어엠버


지난 주말, 동네 미용실에 갔다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찐팬들을 만났다. 파마를 하는 낮 12시부터 저녁 5시까지 5시간 동안 TV채널은 TV조선에 고정돼 있었다. 이미 본 방송으로 본데다 유투브로 여러 번 되돌려본 회차였지만 신기하게도 질리지 않았다. 미용실에는 원장님과 그녈 돕는 세 명의 아줌마, 나와 엄마, 또 다른 손님까지 해서 총 7명이 있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우리가 참가자들과 무대에 대해 썰을 풀었다. 임영웅이 원픽이라는 얘기부터, 무대 중간 스쳐지나간 화면얘기까지 시시콜콜한 수다가 오고갔다. 그만큼 ‘미스터트롯’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화젯거리가 많다는 걸 의미했다.

한때 드라마엔 이런 공식이 있었다.

- 주말드라마와 아침드라마는 주부의 전유물, KBS1TV 대하사극은 남성들의 전유물 -

이젠 “‘미스터트롯’이 주부의 전유물”이라고 바꿔야 할 판이다. 그만큼 현 대한민국 주부들은 ‘미스터트롯’에 열광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은 재밌는 오디션은 아니다. 속도감도 느리고, 긴장감도 느슨하다. 포맷도, 편집도 이전의 오디션들과 비교해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오후 10시부터 새벽 한시까지 긴 시간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히는 힘이 있다. 주부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프로듀스101' 시리즈, ‘K팝 스타’ 시리즈, ‘슈퍼스타K’ 시리즈 ‘쇼미더머니’ 시리즈 등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은 10~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게 많았다. 그렇다보니 오디션에서 펼쳐지는 참가자들과 무대는 폭 넓은 공감을 사기 어려웠다. ‘미스터트롯’은 이를 노리고 등판한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대학생, 신동, 타 장르부는 물론이고 팬층을 지닌 현역까지 참가자로 유입해 다양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 심사위원 격인 ‘마스터’ 군단도 10명 이상이다. 그야말로 괴물의 탄생이다. 시청률 파이를 크게 가져가는 건 ‘뿌린대로 거둔다’는 논리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중무장했다. 결승전에 오른 Top7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르적으론 감성 트로트부터 성악이 가미된 세미트로트까지, 연령대로는 14살부터 그 아빠뻘인 44살까지 다양하다. 이중 임영웅과 영탁은 라디오나 행사에서 친분을 과시하며 자주 투샷을 보인 콤비다. 이찬원과 김희재는 SBS 예능 ‘스타킹’에서 트로트 신동으로 함께 출연한 사이다. 이러한 익숙한 케미에 정동원이라는 귀염뽀짝 샛별과 7전8기의 장민호&김호중이 추가되며 ‘어벤저스’가 탄생했다. 이들은 아줌마들에겐 방탄소년단이 부럽지 않은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뽕짝’이란 미명 하에 무시받던 트로트의 화려한 도약이다.

참가자의 사연과 경력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영웅의 팬들은 그가 ‘아침마당’에 출연한 이력부터 군고구마를 판 일, 가정사까지 줄줄 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디 그뿐이랴. 영화 ‘파바로티’의 실제 주인공인 김호중, ‘인간극장’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정동원, ‘스타킹’이 낳은 이찬원과 김희재, ‘히든싱어’ 휘성편에 등장했던 영탁, KBS2 '내생애 마지막 오디션‘에서 우승했던 장민호 등 어느 하나 순탄하지 않은 삶이 없다. 아마 여기에 깔린 드라마 같은 사연이 참가자를 응원케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대다수가 결승전에서 기대하는 건 누가 1위를 하느냐가 아니다. ‘임영웅이 무슨 노래를 들고 나올까’다. 1위는 에이스전에서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른 이후로 이미 결정났다. 이후 한 소절 내뱉기만 해도 관객들이 환호할 정도로 임영웅은 존재만으로도 힘을 지닌 참가자가 됐다. 이렇게 판가름난 싸움에서 더 이상 순위를 논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2위가 이찬원일지 영탁일지, 7위가 누구일지 역시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자체에 이목이 쏠릴 거다. Top7은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훨훨 날아오를 것이고, 대중의 입에 한동안 오르내릴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