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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05. 2021

미래에도 인간성은 살아있을까?

2021 OTT 되돌아보기


올해 본 가장 독특한 콘텐츠를 꼽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러브, 데스+로봇> 시즌 2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팀 밀러와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한 성인용 연작 애니메이션이다. 2019년 3월 18편으로 된 시즌 1에 이어 올해 5월 8편으로 시즌 2가 나왔다. 시즌 3은 오는 2022년 찾아온다.


성인물이지만 성적 표현의 수위는 그리 높지 않다. 개인적으로 1993년 개봉한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정도의 느낌을 받았는데, 공상과학 장르인 만큼 기괴함과 폭력성은 있는 편이다.   


청소 로봇과 집안일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노년의 여성이 이야기를 그린 <자동 고객 서비스>, 개조 인간이 된 동생과 신체 개조를 거부한 형이 고래를 보러 모험을 떠나는 내용의 <얼음> 등 여러 편이 흥미를 끌지만, 그중에서도 고민거리를 안겨준 작품이 바로 <팝 스쿼드>였다. 


▶ 약 300년 후, 장난감은 골동품이 돼 버린다



<팝 스쿼드>는 기술의 발전으로 영원한 삶을 누리는 게 가능해진 어느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과학 기술로 회춘을 할 수 있게 되자, 살아있는 이들은 인구 과잉을 막기 위해 신생아 출산을 범죄로 규정하고, 아이들을 모두 제거한다. 


경찰인 주인공 남자는 바로 이러한 작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인간을 체포하고 아이를 죽이는 업무를 수행한다. 영혼 없이 일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총에 죽은 아이가 죽기 전 건넨 공룡 인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그를(Him)’이나 ‘그녀를(Her)’이 아닌 ‘그것(IT)’으로 불리는 세상에서 늘 해오던 업무의 하나일 뿐인데 가시가 목에 걸린 듯 가슴이 답답하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죄책감에 이끌린 듯 그는 장난감 가게를 찾는다. 장난감을 갖고 놀 아이가 없기 때문에 장난감 가게는 특정 취향을 지닌 어른들을 위한 골동품 가게다. 그의 레이더망에 장난감을 사는 어떤 여성이 포착된다. 불안해 보이는 눈빛에서 수상함을 감지한 그는 그녀를 미행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외딴곳에 위치한 허름한 가옥에서 어린 딸을 몰래 키우고 있었다.


▶ 인간성은 살아있다


<팝 스쿼드>는 ‘시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인간성은 살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주인공은 결국 여자의 딸을 죽이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뒤쫓아온 동료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행동한 이유는 하나다. 주인공은 인간성을 그리워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결말은 앞선 장면들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는 영생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젊음을 유지하는 수술을 받지 않았다. 그는 여자친구가 회춘 시술을 받고 떠는 아양에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낀다. 또 자신을 향해 모자를 달라고 애교부리는 아이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회춘>을 성인 영화 버전으로 각색하면 <팝 스쿼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는 영화 <아저씨>의 원빈 느낌도 났다. 회춘을 소재로 12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 공허함과 울림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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