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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Sep 15. 2022

전 요즘 방황하고 있습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보고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초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인공 치히로의 부모다. 


여행 도중 길을 잃은 치히로 가족은 어떤 동굴을 지나 낯선 공간으로 들어서는데, 부모는 거기에 차려진 잔치 음식들을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와구와구 먹어치운다. 먹는 걸 말리는 딸의 목소리에도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엇이 치히로의 부모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단순한 배고픔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고향을 오래 떠난 사람이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오랜만에 먹었다든가 하는 그리운 밥상을 마주했을 때처럼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음식이 아니었을까.      


(분석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이들이 돼지로 변한 것은 누가 어떻게 차렸을지도 모를 음식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먹을 정도로 공짜를 좋아하고 욕심이 많은 현대인을 비판하는 의미에 가깝다. 나중에 치히로는 다양한 신이 목욕을 하러 오는 거대 온천탕의 청소 일을 돕는데, 일을 하지 않으면 동물로 변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가오나시가 감사의 의미로 치히로에게 금을 선물하는데 이를 받지 않는 치히로의 모습에서도 감독의 메시지르 엿볼 수 있다.)     


치히로의 부모만큼이나 나도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어치우고픈 욕구를 느낀다. 


유튜버가 혼자서 10인분 이상 거뜬히 먹는 방송을 밤마다 보는데 대리만족은커녕 허기짐이 커진다. 온몸에 땀이 쫙 날 정도로 달리기도 해보고, 등산에 수영에 배드민턴에 요가까지 하면서 반 스포츠인으로 살고 있는데도 허기지다.      


그래, 이건 그리움이다.      


내 마음을 충족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허전함, 무능한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게끔 하는 그 무언가로 인한 갑갑함. 그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충만한 세계를 향한 그리움이 내 안에서 끓고 있다. 


타인의 위로보다는 자신감 충전이 필요한 순간인데, 어떤 걸로 이걸 채워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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