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왓챠 예능ㅣ<놀면 뭐하니>(2020)
유재석, 이효리, 비에게는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대상’이력이 있고, 결혼을 한 품절남·녀라는 것외에 공통점은 바로 ‘변신능력자’라는 점이다.
유재석은 ‘유산슬’, ‘라섹’, ‘닭터유’ 등 다양한 부캐를 찰떡같이 소화해내면서 50이 다된 나이에도 아이돌급 인기를 누린다. 이는 아마도 유재석의 ‘츤데레’ 매력이 PD들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켜서가 아닐까.
그는 김태호 PD에게 뜻하지 않은 미션을 받을 때마다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한다. 때로는 ‘미친 거 아니냐’며 툴툴대기도 한다. 그래도 막상 상황에 닥치면 꼼꼼히, 열을 다해 해낸다. 평균 이하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알고 보면 못 해내는 게 없는 ‘찐 능력자’다. 매번 다른 비현실적인 상황에 100% 몰입해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뺨치는 캐릭터 구현 능력이 있다.
홍일점 이효리는 ‘센언니’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진화된 섹시함이다. 이효리는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위해 유재석과 어느 카페에서 처음 만났을 때, 하이힐을 신고 조심조심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그녀는 하이힐을 오랜만에 신었음을 피력하며 ‘짠함’을 전하는 동시에 전성기가 떠오르게 하는 외모 변신으로 ‘역시는 역시’라는 인상을 줬다.
남편 이상순 앞에서는 얌전해지는 모습, 소길댁의 청정한 매력, 녹슬지 않은 춤 실력, 두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 여전한 미모 등 여러 매력 포인트가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효리의 시그니처는 소탈한 입담이다. 할 말을 다 하면서도 미움을 사지 않는 능력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나대서’ 후배들에게 불려나갔을 때 아주 쿨하게 “안 나댈게”라고 말했다며, 자신은 불쌍한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리드보컬 급이 안 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는 노래 연습을 해오겠다고 말한다. 비와 사귀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꺼내며 한때의 열애설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보기 드문 신여성이다. 제주도에서 예능 수련이라도 하고 온 걸까.
비는 ‘깡’ 역주행으로 다시 한번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왕년에 핫했던 가수들이 간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경우, 옛날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게 대부분이다. 과거의 명곡들을 다시 부르는 가수를 보며 시청자들은 추억을 회상하고 과거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요즘 ‘놀면 뭐하니’에 나온 비를 보며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쁜 남자’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부르는 비가 아닌, 이효리와 유재석 사이에서 의견 피력 못하고 쩔쩔 매는 막내 비를 보는 게 즐겁다. ‘꼬만춤’ ‘1일 1깡’ 이외에 어떤 트렌디함을 만들어낼지 기대도 된다. 나이가 들었어도 리즈시절보다 더 몸이 좋아진 그를 보며 ‘관리를 참 잘했구나’ ‘변치 않아줘서 고맙다’ 하는 마음이 일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들게 하는 건 비가 지닌 콘텐츠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세 사람은 각자 유두래곤, 린다G, 비룡으로 또 다른 진화를 앞두고 있다. 팀명부터 멤버 구성, 곡의 느낌 등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함께 논의를 하며 티격태격 현실 남매 케미를 보여준다. 이들이 혼성 그룹으로 무대를 꾸미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고이 모셔둔 팬심이 발동해 숨이 가빠오고 흥분된다. 변신능력자 세 사람이 뭉치면 어떤 불꽃이 튈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올 여름 음원차트를 점령할 것이다. 아주 싹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