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의 스포츠읽기
지난주의 일이다. 티브이(TV) 채널을 돌려보던 아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마, 이상해요.” 이유인즉슨, 패럴림픽 중계를 한 곳밖에 안 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물었다. “왜 패럴림픽은 올림픽처럼 안 해요? 너무 차별 아니에요?”
중학생 아들은 올림픽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사실 올림픽에 어떤 종목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아이 눈에도 ‘차별’만은 선명히 보였나 보다. 도쿄올림픽 내내 같은 경기라도 중복 중계를 했던 지상파 3사는 패럴림픽 기간에는 거의 방관에 가깝게 중계를 안 하고 있다. 거의 무시 수준이다. 티브이만 보면 패럴림픽이 현재 열리는지도 모르겠다.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많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방송 노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이 지난 2010 밴쿠버겨울패럴림픽에 앞서 캐나다인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32~40%는 “패럴림픽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고 관심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기업 경영인들의 23%가량은 “패럴림픽을 보고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도 밝혔다. 패럴림픽 공식 누리집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385만명의 장애인이 고용 상태에 있었는데 이는 2012 런던패럴림픽 개최 이전과 비교해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패럴림픽 개최 및 방송 노출 효과다.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패럴림픽 방송 노출은 중요하다. 영국 <비비시>에 의하면 “2012 런던패럴림픽 직후 장애 어린이들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참여도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주니어 장애인 선수 수가 적은 편인데, 그 이유가 예민한 나이에 바깥출입을 꺼리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기를 원해서라고 한다.하지만 주변의 끈질긴 설득으로 스포츠를 매개체로 바깥세상으로 나온 아이들은 누구보다 더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또 다른 꿈을 키워나간다.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임호원(테니스)이 그랬고, 파리패럴림픽을 준비 중인 정겨울(배드민턴)이 그랬다.
패럴림픽 수영 영웅인 조기성 또한 대인기피증으로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수영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당당히 태극 마크를 달고 나라를 위해 경쟁했다. 서수연 또한 불의의 의료사고로 절망에 빠졌다가 탁구라는 희망 매개체로 당당히 세상과 맞설 용기를 얻었다. 장애 어린이들이 이들의 도전과 열정을 티브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
지금처럼 패럴림픽 중계가 계속 외면받는다면 현실에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어쩌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패럴림픽/올림픽 방송 중계에 투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관심한, 혹은 방관적인 그런 시선들 말이다. 올림픽 축구는 방송 3사가 동시 중계했지만 휠체어농구는 녹화 중계 아니면 중계조차 아예 없는 상황에서 더욱 슬픈 것은 아들처럼 이를 “이상하다”고조차 언급하지 않는 현실이다.
띵동. 초등학생 둘째의 온라인 알리미가 떴다. 장애 인식 개선 연장선에서 패럴림픽 유래와 종목, 그리고 시청 방법 등을 담은 알림이었다. 학교 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장애/비장애의 벽을 허물어 함께하는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방송사는 장애/비장애에 대해 지금껏 그래왔듯 차별의 장벽을 세우고 있다. 손에 라켓을 칭칭 동여매고 경기 내내 스매싱을 이어갔고 승리한 뒤 비로소 입을 이용해 붕대를 풀던 주영대의 모습을 보면서 방송 3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