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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r 27. 2019

MLB는 아이스하키도 생중계한다

모바일 플랫폼 시대의 프로야구 중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누리집은 조금 특별하다. 경기단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지만 언론의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구단별 속보와 분석 기사까지 쏟아낸다. 온라인 뉴스가 흔치 않던 시절부터 그랬다. 메이저리그가 디지털 플랫폼의 힘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선제적 대응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으로 야구를 시청하지 않던 2000년, 버드 셀리그 총재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30개 구단이 4년 간 팀당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해 독립적인 기구인 MLB Advanced Media(MLBAM)을 출범시켰다.


 ESPN 등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야구를 보던 때였기에 돈을 내고 인터넷으로 경기를 본다는 데는 적잖은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MLB의 이러한 선택은 적중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고지 팀의 경기를 보기 힘들었던 야구팬들이 인터넷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은퇴한 스즈키 이치로가 일본리그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일본 내에서도 메이저리그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MLBAM의 성장에 날개를 날아줬다.


   MLBAM은 2003년 전 경기 인터넷 스트리밍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모바일 서비스까지 개시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2010년에 이르러서 MLBAM은 15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고 5억달러 이상의 매출까지 기록하게 됐다. 2012년 6억2000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포브스는 “당신이 지금껏 보지 못한 가장 큰 미디어 기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시켰다.


일찌감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덕에 MLBAM은 관련 노하우까지 축적하게 됐고 전문성까지 인정받게 됐다. 현재 MLBAM은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뿐만이 아니라 NHL(전미아이스하키리그),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라이브, 그리고 유료 영화 전문 채널인 HBO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대행을 맡고 있다.


현재 MLB.COM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95%는 무료다. 신문기자 출신의 30개 구단 담당 기자들이 작성하는 뉴스, 칼럼과 경기 정보, 사진, 그리고 선수 관련 데이터 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MLBAM이 운영하는 라이브 콘텐츠만 독자들은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 납득할 만한 구독료를 매기고 그에 따른 서비스는 확실하게 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MLB .COM이 다른 경기 단체와 차별점을 둘 수 있던 데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1주일에 한 두 차례 열리는 NBA(프로농구), NFL(미식축구) 등과 달리 매일 경기가 벌어지고 팬들의 관심은 시즌 내내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팬들의 니즈에 맞게 경기와 관련된 뉴스, 영상을 매일 업데이트해줘야만 하는데 MLB.COM은 이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야구팬들이 매일 방문해야만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MLB.COM 콘텐츠의 다양성도 한몫한다. 뉴스 제공은 기본이고 온갖 기록들을 제공하며 라이브 쇼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한다. MLB.COM에서는 이와 함께 야구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각 팀들의 굿즈를 살 수 있다. TV라는 한정된 플랫폼에서 벗어나니 가능해진 일이다. 디지털은 어차피 무한의 세계로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이니까.  

  

 밥 바우만 MLBAM CEO는 말했다. “(시스템을 구축할 때) 팬을 맨 처음 넣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마치 “일단 (야구장을) 지어라, 그럼 (관중은) 온다”라는 말만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26일 KBO리그는 낯선 페이지를 열었다. 프로야구 케이블 채널 중계사(KBS N)가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현대캐피탈-대한항공, 현대캐피탈 승)에 집중하면서 야구 실시간 및 녹화 중계를 포기했고 대신 유무선 중계권을 보유한 통신, 포털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이 당일 kt-NC 경기를 생중계했다. 때문에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kt-NC 경기는 TV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양대 포털과 올레TV모바일, U+모바일, 옥수수 등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예년 같으면 배구나 농구 챔피언결정전이 겹칠 때 야구팬들은 문자중계나 녹화 혹은 지연 중계에 만족해야만 했던 터. 하지만 야구 중계를 꼭 방송사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26일 kt-NC 중계를 통해 드러났다. 올해 시범경기 때도 각 중계 방송사들이 광고 사정 등을 통해 중계를 포기하자 각 구단들은 자체 중계를 통해 야구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바 있다.


 TV 없는 야구 중계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석하면 지나친 일일까. 마침 한국야구위원회(KBO)도 2021시즌부터 KBO TV를 통한 자체 중계를 고려중이라고 한다. TV라고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TV의 개념은 아닐 터.  

 2000년 처음 라이브 인터넷 스트리밍을 고민했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떠올리면 한참 늦은 것도 맞다. 하지만 3년 연속 800만 관중의 토양이 마련된 만큼 관련 로드맵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봄마다 중계권 계약 문제로 파행이 반복되는 것에도 이제는 피로감이 쌓여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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