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의 물경력 보유자
내가 마케터일까?
마케터다운 힙함을 가져 봤던가?
마케터다운 성과를 내 봤던가?
마케터다운 예산을 굴려 봤던가?
아니다, 나는 마케팅 직무를 담당하는 직장인이라고 정의해야 맞다.
회사에 들어갔는데 우연찮게 내 직무가 마케팅이었던 것 뿐이다.
그러므로 인정하자.
나의 지난 15년 중에 N년은 물경력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이 나의 노오력 부족만은 아니다.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마케팅
나는 신방과를 졸업한 뒤 중소기업을 전전했다.
나도 돈이 없었지만, 나의 회사들도 돈이 없었다는 얘기다.
야심찬 저널리스트가 되길 희망했으나
졸업과 동시에 언론인은 못되고 언론홍보를 하는 홍보대행사에 취직했다.
크게 보면
홍보대행사 - 중소기업 (마케팅팀, 홍보팀) - 중견기업 브랜딩실을 거쳐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마케팅 리더로 있다.
되도록 마케팅을 안 하고 살고 싶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
'홍보', '마케팅', '콘텐츠', '브랜딩', '기획' 등으로 불리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직무로 구분해 보면
- PR 및 언론홍보
- 콘텐츠 기획 및 제작 (SNS, 유튜브, 상세페이지, 제품 촬영, 사보 등등 온갖 콘텐츠)
- 광고 (매거진이랑 BTL까지만)
- 브랜드 캠페인 기획 및 실행 (이란 이름 하에 온갖 클래스, 체험단, 전시회, 협찬, PPL...)
-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핸들링으로 간접 경험)
- 브랜드 전략 (BI 개발, 브랜드 인지도 조사)
등등을 했다.
세상에, 그럼에도 아직도 TV 광고는 못해봤다.
그래서 '지원 조건 : TVC를 포함한 IMC 캠페인 경험이 있는 분'에서는 탈락이다.
그렇다고 저 일들 중 5년 이상 진득하게 판 분야도 없다.
그러니까 진짜 물경력이 확실하다.
개인적인 가치관은 늘 마케팅과 상충하는 와중에
돈만 (쳐)바르면 마케팅을 호로록 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책임감만 있고 돈은 없는 중소기업 마케터로서
그나마 내가 찾은 '있어빌리티'는 이거다.
브랜딩과 브랜드 관점의 콘텐츠, 스토리텔링으로 기업의 가치를 더하고
더 좋은 제품과 정보와 콘텐츠로 고객의 '구매고려집합군'에 드는 브랜드가 되는데 기여하는 것
이것이 중소기업 살림살이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직무 미션이었다.
그건 지금도 그러하다.
(어쩐지 눈물이... ^.ㅠ)
아무튼 내가 써 본 예산은 연 1억 원 내외밖에 안 되서
어디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마케터, 아니 직장인으로서의 내 경험은
아주아주 편협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언급한다.
게다가 마케팅이란 분야는 너무 광범위해서 나는 그 중 아주 일부의 일에만 발을 담근 셈이고.
(물론 그건 P&G의 마케팅 헤드도 마찬가지 일 것 같군. 노는 물이 다를 뿐, 하핫.)
그리고 언어가 갖는 임의성에 기반해
내가 '마케팅'이라고 적어도,
누군가는 그걸 '세일즈'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선전'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기'로 받아들일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얕고 넓은 이 매거진의 글들은
1) 마케팅에 관심 있는 취준생이나 주니어에게
2) 사수 없는 회사에서 고민하는 마케터에게
3) 돈 없는 모든 중소기업 마케터에게 바치는 글이다.
나는 줄곧 진정한 마케터는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것도 '종합광고대행사' 이상에서 일하는? (엄-격)
상술의 제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마케팅의 영역에서
그나마 예술가처럼 고민하는,
(물론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래도 결과물만 놓고 보면 예술에 가까운)
TV CF를...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