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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보자기 Feb 12. 2024

마케팅을 오래 하고 싶다면

나의 경험과 아쉬움을 담아 드리는 조언 

연차에 따라, 시대에 따라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를 수 있지만

만약 오래오래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다음 내용을 마음에 새기자.




1) 손발이 아니라 머리가 되자


영상을 배우던 대학생 때 나의 고민은 이런 것이었다.


'핸디캠 작동법과 프리미어 편집법을 아는 기술적 능력이 중요한가?

vs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 나가는 연출적 능력이 중요한가?'


꼭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햇병아리 시절에는 전자의 기술적 능력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배우고 익혀야할 기술이 많기도 했고, 기술에 능할수록 '있어 보이기' 쉬웠다.

그러나 살아보니(이제 나도 연차가 연차인지라)

나이든 사람일수록 연출적 능력, 즉 기획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대에 따라 기술적 측면, 즉 유행하는 매체나 도구, 말투나 톤앤매너는 얼마든지 바뀐다.

그러므로 마케터가 매체나 툴에만 집중하다 보면 롱런하기가 어렵다.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할수록 드는 슬픈 생각은, 업의 수명이 정말 짧다는 것이다.

머지 않아 AI가 마케터를 대체할 지도 모르고, 이미 일부 영역은 그렇게 되고 있다.

주니어 때는 그것을 다루는 기술 그 자체가 중요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 툴을 섭렵하거나 다룰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다.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고, 젊은이들은 계속 생겨나고, 나는 늙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회사에서 더 싼 비용으로 트렌드에 이미 능한 주니어를 쓸 수도 있는데

나를 쓴다는 건 내가 가진 경험과 인사이트에 기반한 기획적 관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릴스 편집을 뚝딱 못 해내도 울지 말자




 2) 나의 커리어패스를 분명하게 하자


마케팅이 워낙 광의의 영역이라 R&R 없이 일 시키는 회사도 정~말 많다.

좋게 말하면 두루두루 할 수 있어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홍보대행사에서 인하우스로 자리를 옮긴 것 역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별별 일 다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CS도 하고, 영업 지원도 하고, 상품 기획도 하고...

암튼 R&R 따윈 없는 중소기업에서 마케터라는 이름으로 별별 일을 다해봤는데

지나고 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래서 무엇에 특화된 사람인가?'였다.

언론홍보, 콘텐츠 에디터, 유튜브 영상PD...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약간씩은 다른 일들이었다.

어찌저찌 '브랜딩 관점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포장해 보았다 ㅎㅎ


- 전문 에이전시에 있는 마케터라면 한 직무의 우물을 깊게 파길 권하고 싶다.

대행사야 말로 그 직무의 전문가 아닌가.

그러면 나중에 창업을 하거나 강연을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인하우스에서 네이밍과 카피라이팅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종합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무척 소박하고 협소하므로 

브랜드기획자나 카피라이터로서 경쟁력이 낮다고 봐야 한다.  


내가 말하는 아쉬움은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한 산업을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한데서 오는 아쉬움 같다.

커머스면 커머스, 뷰티면 뷰티, IT면 IT... 한 카테고리 안에서 움직였다면

이직을 할 때 그 산업군 안에서 레벨 업 하면서 더 큰 성장을 (더 높은 연봉도) 맛보았을 듯 하다.

- 인하우스 마케터라면 한 산업군 안에서 움직이는 게 현실적으로 이롭다고 본다.




3) 구매 타겟을 통일하자


한 우물을 파지 못했던 내가 다행히도 여지껏 밥을 벌어 먹는 이유는

내가 30-50 여성 타겟 B2C 브랜드에서만 움직였기 때문이다.


- 직무나 산업군은 다르더라도 구매 타겟이 같다면 마케터로서 움직이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직무나 산업마다 새롭게 배워야 할 기술이나 업계 용어 등이 있다.  


하지만 마케터라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특정한 타겟군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면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영유아 패션 브랜드에서 영유아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이직은 엮으려면 엮어볼 수 있다.

인력형 서비스 중심의 B2B 회사에서 B2B SAAS 회사로 도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은퇴를 고민하며 글을 쓰는 이 시점에

더 큰 예산을 굴려보고 더 많은 성과를 내봤다면, 

그러니까 누구나 알만큼 많이 노출 되었던가,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캠페인을 해봤다면

그 경험을 토대로 더 심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랬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찌저찌 중소기업을 전전했던 나의 커리어패스는

사실 당장의 생활비를 위해 택한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기업 중 무려 99.8%가 중소기업이라 하니

나는 참 평범하고 보편적인 회사에서 이런저런 마케팅 언저리의 일들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프라가 부족한 작은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로서는

그동안 해왔던 온갖 잡다한 일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특별히 대단한 경험을 한 마케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니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경험을 굳이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함께 알려주고 싶다.


그러니 나보다 가능성이 더욱 많은 주니어 혹은 마케터 분들이라면

지금 하는 경험을 기반으로 특화된 자신만의 직무나 분야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길,

그래서 더 현명한 선택과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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